그리움으로 바꾼 생의 무게
― 이득호 가족 애사哀事 

                                                 조 승 래

지인이 상을 당하여 가슴 아프다는 소리 듣고 문상 갔는데 상가에는 방명록은커녕 화환 하나 없다 조문객도 나뿐 어째 없는 것이 그리 많은지 조의금도 안 받겠다 장지도 안 알려주어 그냥 상주에게 술만 한 잔 따라 주었다

화장비용은 생의 마지막 무게에 맞추어 받더라는 것, 예를 갖추어 화장을 하는 진지한 집행인이 있더라는 것, 곡을 해주는 자손도 없어서 핑 도는 눈물 손으로 닦았다는 것, 귀가하면 집에서 홀로 지내다가 반가워서 펄쩍펄쩍 뛰며 반기던 그 아이가, 그 아이가 떠나가 버려, 허전한 마음 끝없고 다시는,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는 반려견

달이, 달뜨는 날 왔다고 지은 그 이름, 십 년하고 이틀 동안 함께 했으므로 행복했다고, 이젠, 외로움, 기다림, 다 잊고 잘 가라는 조사弔詞

보름달 아래 종종종 그 걸음소리, 볼을 타고 흐르는 반가운 울음소리, 행인도 따라 듣던 그 아이 이제 없네

▲ 작가 노트

▲ 조승래(趙勝來) 시인

이득호는 신사동에 있는 영무관이라는 검도관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친한 아우이다. 그가 달뜨는 날 데리고 와서 집에서 가족처럼 키운 반려견이 있었다. ‘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보다 일곱 배 정도 빠르게 노화된다는 개의 수명으로 보면 고희를 넘긴 나이가 될 때까지 가족이었고, 종종 남산도 함께 산책했다. 나중에는 몸이 아프고 힘들어 해서 간병과 치료를 극진히 해주었다.

퇴근하면 날듯이 기뻐 반기던 모습, 산책 나가면 온갖 풀꽃들 냄새 맡아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근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며 지나가는 강아지 보면 꼬리 흔들어 아는 이야기 들려주고 반가워하던 모습, 그 모든 것들이 사람하고 다를 바 뭐가 있냐고 생각했다.

사람처럼 달이도 수명이 다하여 어느 날 세상을 떠났고 정성껏 망자에게 예를 올렸다. 배반하지 않고 자신이 아파도 멈추지 않고 사랑을 주던 반려견, 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을 가지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그래서 흘리는 눈물이 낯설지 않다.

▲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내 생의 워낭소리』『타지 않는 점』『하오의 숲』『칭다오 잔교 위』『뼈가 눕다』등을 펴냈다. 시집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시집 『뼈가 눕다』로 ≪제3회 영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로 있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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