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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작추천시> 박정해, 우리는 꽃이었다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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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7  0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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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이었다

                                      시인화가 박 정 해
 
   
▲ 박정해 작 <비밀의 정원>, oil on canvas

흰 꽃잎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미혹迷惑되어
나무아래 서면
어느 섬 계절풍에 실려와
겹꽃으로 무리지어 피고 지네
가로 줄무늬
결 고운 나무 몸통
다섯 줄 비파로 만들어져 울어도
너는 나의 꽃
나의 노래
운지법運指法이 잊혀진
옛 현악기
어스름 저녁 한때
낮게 나는 외로운 새에게
소식 전하면
꽃비로 흘러가 닿는 곳
그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작가노트 

   
▲ 박정해 시인화가
비밀의 정원에서
 
어린 날의 왕자가 뛰어놀던 저 퐁텐블로의 숲 같은 우리들의 정원,
초록은 단풍나무 숲을 물들이고 작은 시내는 박새가 쪼르르 내려와 물을 먹는다
무궁화는 줄지어 꽃길을 내고 더위에 지친 보랏빛 꽃잎을 떨군다
겨울요정의 시퍼런 입술 빛이 되어 향기는 흩어진다
중국 진나라 난가산 아래 나무꾼이 신선들의 바둑을 구경하다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른 채
이백 년이 지나갔다는데 숲에서 만난 요정과 보드게임을 하던 나는 세월에 빨려 들어갈까
서둘러 종이상자에 게임기를 담는다
일곱 켤레 구두를 자랑하던 요정을 숲으로 다시 보내며 영원히 늙지 않는 대추를 구하러
재래시장에라도 가봐야 할까 생각하며,
시간의 신이 마련한 우리들에게 허용된 사랑의 시간들은 얼마나 남았을까를 또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그 애의 발을 가만히 만져보며 구두 한 짝을 벗겨내 감추려고 하는데
잠을 자는 동안에도 구두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잔다
나무 위에서 벌떼가 붕붕거려도 태양에 달은 붉은 볼을 씰룩이며 잠을 자는 것이다
그리스 영웅 이아손의 잃어버린 한쪽 신발 이야기에 담긴 내용도 신화적이지만
잠자는 요정의 코를 장난스레 건드려보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신발을 감출 수 없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신발을 찾아내 신고
다시는 우리들의 황금 숲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무꾼과 선녀처럼 긴 이별 뒤의 깊은 슬픔처럼…… 나는 게임기와 커피병이 든 소꿉놀이 상자를 안고
저녁 무렵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고 있는 물레방아 닮은 그 애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나는 그 애를 사랑했고 그 애도 나를 사랑하는 일밖에 몰랐다
그저 겨울의 북풍에 나뭇가지 꺾이고 폭설로 봉쇄된 정원 입구를 안타깝게 바라본 날도 있었지만
봄이 오고 구두 요정은 지빠귀처럼 다시 돌아왔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비밀의 정원을 맴돌다 어느 날 생명이 다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날
그때 작은 시냇물과 단풍나무는 기억하리라
여름 소나기처럼 덧없고 무지개처럼 고왔던 우리들의 사랑을……

 ▲ 박정해 시인화가는 ……

서울 출생
東京 世田俗區立 Academy회화과 수료
개인전 4회(L.A Park View Gallery)
2007 월간 시사문단 시로 등단
2016 그림의 연인 시를 만나다 시화집 출간
일본 신원전, 쇼슈가이전, 대한민국 회화대상전 입상
중국성직자돕기 자선전, 신화를 찾아 그리스 사모스 크레타섬 스케치 및 전시,
뉴욕세계미술의 소통전, 밀라노 한국 현대미술 아트페스티벌,
힘내라 대한민국전 그외 초대전 다수
한국신작 서정가곡 작시음반발매
현재 ;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버질아메리카 회원
이메일 ; violet6440@hanmail.net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시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 작품 보내실 곳 jdfree0863@hanmail. net // 주소, 전화번호 기재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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