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열 자격징수부장 / 울산중부지사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받쳐 주고 아플 때 의지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은 대부분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긍지와 신뢰는 크다.
최근 ‘코로나 19’에서도 전 국민이 가입된 건강보험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신속한 검사와 치료, 기저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여 대응함으로써 세계로부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폐업 위기에 놓였고, 기업의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어, 공단은 1,160만명의 취약계층에게 3개월간 건강보험료의 30~50%를 경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 기준을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하위 70%로 발표하면서 재난성격이므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선정기준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었다.

이 논란 속에 건강보험료 부과기준과 방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70%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민원, 내려달라는 민원으로 공단은 북새통을 이뤘다. 직장가입자는 전년도 보수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5월에 국세청에 신고한 전년도 소득자료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여 부과자료를 1년 가량 늦게 반영할 뿐 문제되지는 않지만 재난상황에서 줄어든 현재 소득과의 괴리에서 불만과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2000년 통합 건강보험이 시행된 이래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비판이 지속되었다. 처음 10년 가량은 소득 탈루가 심한 지역가입자들에 비하여 유리 지갑이라는 직장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낸다는 시각이었고, 그 후 최근까지는 실직자, 은퇴자, 저소득층이 대부분이고 소득도 없는데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관점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통합 당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50대50 정도였다면, 현재는 72대28정도가 되었고, 웬만한 소득을 갖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었다.
또한 현금영수증제도와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 또한 크게 증가하여 가입자 간 형평성에 대한 갈등과 오해를 해소할 제도적 기반이 형성되었다

이에 공단은 정부와 함께 형평성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를 위해 1단계(2018.7월)와
2단계(2022.7월)에 걸쳐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료 1단계 개편의 주 내용은 ▲지역가입자에게 문제가 되었던 평가소득 보험료는 폐지하고 9년 이상 노후차량은 제외하여 지역가입자 부담 완화 ▲연소득 3,400만원 초과자 등 보험료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 ▲직장가입자 중 보수외 소득보험료 부과대상을 보수외 소득 7,200만원 초과에서 3,400만원 초과로 강화 ▲75등급의 소득등급별 점수를 상위 2% 고소득자의 보험료 부과를 강화하기 위해 97등급으로 확대 하였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목표를 단순히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에 국한해서는 안되며, 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 담보라는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저출산과 고령화다.
2018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09만2천명으로 전체의 13.9%지만, 전체 진료비 77조 9천억 원에서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1조 8천억 원으로 40.8%를 점유하였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에 큰 압박이 되고 급격한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고령화로 인한 보험재정 부족의 문제를 경제활동인구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저출산의 지속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맞물려 보험료 수입기반이 흔들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현행 부과체계 개편의 큰 방향은 소득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되, 재산이나 자
동차는 부과비중을 낮추는 것이다. 재산의 부과비중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지
만 재산보험료 축소에 따른 부과액의 감소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제는
중장기적으로 수입확충을 위한 근본적인 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 방향은 공정성과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전제로 한 보험료 부과기반의 전면적 개편,
사용자 부담률 제고,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정부 의지, 다양한 수입재원 발굴이다. 든든한 국민건강보험은 튼튼한 재정의 뒷받침이 요구되기에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글 /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산중부지사 자격징수부장 윤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