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찾다

                                                 박 정 숙

▲ 사진제공 임재수 사진작가

연신 고개 흔들며 걷는 장성한 아들을 데려온
오히려 보호 받아야 할 만큼 쇠약한 어머니

상체를 앞으로 구부정히 도망치듯 달려가는
저 아들 좀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아버지

아들의 단호한 걸음 앞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정신 줄 놓은 사람 그를 잡으려는 사람

소란 통에 나도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아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다 중얼거리며

누군가에게 잡혀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을 뛰어 나온다

미세먼지로 흐린 도시, 자동차 소음
숨 막힐 듯 버겁고 익숙한 것, 안심이다

겨우 찾았다 내 정신을

* 작가노트

▲ 박정숙 시인

자식을 거두기에 힘겨워하는 노령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병원에서 지체부자유에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 아들을 제어하려고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아들은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무엇을 찾으러 가는지 단호하고 빠르다. 밖으로 막 달려 나가면 교통사고의 위험도 있으니 노부모는 더 애가 탔을 것이다. 병원 관계자도 거들고 있는 모습.

세 사람간의 소요로 병원 전체가 소란해 진다. 링거 꽂은 환자들도 놀란다. 나도 놀라서 밖으로 얼른 나왔더니 매캐한 공기, 데시벨 높은 차량 소리, 행인들, 모든 게 포화 상태 같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니 정신이 좀 든다. 정신을 차렸다.

▲ 박정숙 시인은 ……
경남 창원 출생으로 2019년 영남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