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에 간다

                                                 옥 영 숙
 

늪 많고 물이 많아 사연 많은 가야왕국
맨손의 사람들이 터를 닦은 오랜 꿈이
묵중한 흙문을 열고 휘파람을 불렀다

집안의 한 내력을 뼈로 남긴 아라가야
진실의 관을 열고 무거운 권위 벗고
고갯길 한 굽이마다 신화는 완성된다

형형색색 나타나는 역사의 시간 앞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망자가 전언하듯
저녁놀 그 배경으로 한 사람이 걸어왔다

* 작가 노트

▲ 옥영숙 시인

집과 일터가 아닌 나만의 공간, 가정과 일터가 아닌 제3의 공간이 있다.
말이산 고분군과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제3의 공간이다.
나에게 있어 고분군은 격식 없이 소박하고 출입의 자유가 있는 제3의 공간으로 고독의 공간이자 성소이다.
집을 떠나 아름다운 장소나 이름난 장소를 찾아 여행을 하는 것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것이다.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자기이해나 가치를 높일 공간이 필요할 때 찾아가는 고분군이다.
능선의 곡선은 참으로 아름답다
능에 기대어 차를 마시거나 고즈넉한 적막이 한가롭게 다가오면 희열너머 황홀하기 까지 한다.

▲ 옥영숙 시인은 ……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사라진 詩』, 『완전한 거짓말』, 『흰고래 꿈을 꾸는 식탁』.
열린시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경남시조시인협회 감사, 국제펜한국본부 경남지역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