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박 정 숙

▲ 사진제공 임재수 사진작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조급하게 뛰지 않기로 한다
중앙선 전철이 구름다리 아래로 들어올 때도
강남대로 8차선의 건널목 신호등이 끝나가려 할 때도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문은 다시 열리고
푸른 신호등 다시 불 들어오는데
눈동자 안에서 날아다니는 모기 몇 마리도
맘대로 날다가 쉬다가 하도록 내버려 두려고 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온 예순 나이
이제는 더 이상 세지도 않으려고 한다

* 작가노트

▲ 박정숙 시인

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일에 애가 타고 서두르고 했던 것 같다. 저걸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감도 있었기에 그렇게 집착했던 것 같다. 실상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느긋해야만 더 안전하다는 것,
빨간불 다음에 이내 파란불 들어오니까. 비문증이 있어서 무척 신경이 쓰였는데 그 모기 잡으려고 병원으로 약방으로 다녔는데 내 몸 속에 있는 것을 내가 다스려서 치료해야지, 까짓 모기 한두 마리에 이제 더 이상 신경 안 쓰련다. 내 몸이 시간이 나이가 다 알아서 해 주니까.

▲ 박정숙 시인은 ……
경남 창원 출생으로 2019년 영남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