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어디냐면

                                                  옥 영 숙

이십삼 년간 유지했던 본적지 의령군을
홍의장군 곽재우와 망개떡과 솥바위를
마음에 품기까지는
오십 년이 더 걸렸다

고모를 꼭 닮아서 식복은 많겠다는
동네 어른 말씀을 날개처럼 달아주던
칠곡의 산남저수지는
특별한 듯 흔했다

아버지 쉴 자리를 마련해준 자굴산자락
골프장이 들어서며 보상받은 고모는
손주들 색동옷 입히고
혼자 밥을 먹는다

* 작가 노트
 

▲ 옥영숙 시인

한우산 寒雨山은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는 곳이다.
맑은 날보다 바람 불거나 비가 올 때 더 찾고 싶은 곳, 내 기억 속에 있는 한우산과 자굴산은 안개비처럼 스며들어 마음 촉촉하게 적셔놓을 때가 많다.

꼬불꼬불 올라가는 고갯길이며 도깨비숲을 지키는 도깨비의 설화가 있고, 산등성의 바람개비 풍력발전기가 일렬로 서있는 배경 또한 그리움의 일부가 된다. 써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햇볕 속에 누렇게 바래지고 있는 연애편지 같은 곳이다

제법 그럴듯한 도깨비의 설화가 있고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탁 트여 시원한 전경이 펼쳐지고 맑은 날 좋은 구름이 있다면 해넘이가 보여주는 빛 내림의 아름다움이 있다.

▲ 옥영숙 시인은 ……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사라진 詩』, 『완전한 거짓말』, 『흰고래 꿈을 꾸는 식탁』.
열린시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경남시조시인협회 감사, 국제펜한국본부 경남지역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