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조 승 래

아버지가 혼자 쓰셨고
아버지와 함께 쓰다가 남은
시간을 혼자 쓰다가 이제는
아들과 함께 쓰고 그
남은 시간을 아들이 남겨 또
그 아들의 아들과 함께 쓰고

시간은 자꾸 자라고
시간의 죽순 끝에 앉은 사람들은 금방
허공으로 가고 그
시간의 뿌리에서 자라난 후예들 모두
급행열차를 타고
밤낮없이 오지

아버지 용돈 봉투처럼 얇아도
시간의 자투리를 남겨줄 수 있으니
무한궤도 이어달리기
별까지 닿아 이어지겠네

* 작가 노트

▲ 조승래 시인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헌혈, 어떤 사람은 수십 번도 한다. 피는 다시 생긴다고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실행하기는 쉽지가 않다. 아무 사람의 혈액을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다. 며칠 동안 유격 훈련을 마치고 온 군인들의 혈액도 사용할 수 없고 전염병 환자의 혈액도 그렇다.

건강한 사람의 피가 아픈 사람에게 가서 사람을 살리고 그 사람은 다시 건강해진 몸으로 타인에게 헌혈을 하면 혈액도 세월을 따라 흐르는 것이다. 이것도 영원히 사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도 계속 이어서 흘러간다. 아마도 창세 이전부터 흘러 왔을 것이고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 갈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다. 나의 시간은 부모님에게서 물려 받았다. 죽순처럼 자라나는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쓰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도 한다.

내가 사용하는 동안 시간의 소유권은 내게도 있다.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이 시간의 주인공, 지상에서 완벽한 주인공인데 시간을 기뻐하며 행복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낭비할 만큼 시간은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제3회 영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