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찬 전문 강사/반려동물장례지도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서 반려동물(이후 반려동물을 아이라고 표현)의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를 하다보면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태어난 지 2개월 채 되지 않아 몸무게 또한 몇 백그램 밖에 되지 않은 아이, 1살이 채 되지 않았는데 공을 쫓아가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서 오게 된 아이, 20년 넘게 장수하여 자연사로 숨을 거둔 아이 등 여러 아이들이 각각의 사연으로 장례식장에 오게 된다.

질환으로 장기간 입원을 하여 어느 정도의 결과가 예상되거나 이미 나이가 많아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경황도 없이 아이를 보내는 보호자님들의 경우 그 상실감이 더욱 더 클 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었기에 실제로 사람처럼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애완동물(Pet)이란 단어가 많이 사용되어졌고, 인터넷에서도 활성화되었던 단어가 애완동물이였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사육되어지는 동물로만 국한되어 있던 시절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TV나 언론매개체에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단어가 사용되면서 지금은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보다 더 우리한테 익숙해져있고, 실제로 더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더 이상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되어지는 도구나 장난감으로 여겨지는 펫(pet)이 아닌 것이다. 아직도 펫이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제는 펫(Pet)이 아닌 가족(Family)이 된 것이다.

대부분은 오랜 시간 같이 생활해 오면서 쌓인 많은 정과 사랑으로 아이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아이를 잃게 되었을 때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오랜기간 아이와 더불어 살아야만 그 슬픔이 크게 느껴지고 상대적으로 큰 것일까?

필자는 여기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을 한다. 꼭 오랜 시간 같이 생활을 한 경우가 아니라, 같이 한 시간이 다소 짧더라도 아이에 대한 각별함은 서로 다르고 그 아픔의 무게 또한 다르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한 예는, 오랜 시간 10년 넘게 아이와 같이 지낸 보호자님이 화장과 장례를 진행함에 있어 마지막 예우를 다한다라는 정도의 의미로만 장례진행을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 정도며 됐지..’ 라거나 ‘이 정도면 잘 떠난다. 화장해주면 됐지’ 라는 등으로 말이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예로는 짧게 2개월 정도를 아이와 같이 보낸 보호자님인데, 그 보호자님은 그 어떤 보호자님보다도 많이 슬퍼하셨다. 전화할 때부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화 상담을 겨우 마쳤는가 하면, 장례식장에 와서도 장례진행이 힘들만큼 보호자님은 이미 힘든 상태였다. 상담할 때도 그저 아이를 어루만져주면서 고개만을 겨우 끄덕일 뿐이었다.

추모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받은 사진들을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어느만큼 어떻게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애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진 속의 보호자님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모습이였다. 아이에게 보내는 미소, 아이를 예쁘게 꾸민 모습 등이 이를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 현실은 아주 냉혹하였으며 잔인했다. 잠깐 열어둔 창문을 통해 아이가 사고를 당해 버린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는 갑작스럽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이를 갑자기 잃어버렸기에 그 슬픔은 오히려 더 컸던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실제 가족 구성원이나 같이 곁에 있는 분들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장례를 진행하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또한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또 그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할 줄 알아야 된다고 본다. 햄스터나 앵무새 등 작은 소동물이라서, TV출연이나 대회에서 수상을 받은 아주 유명한 견공이라는 부분이 이유는 아니다. 보호자님마다 그 아이 각자 모두 특별한 존재이기에, 그 부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헤아려야지만 그 장례 절차 속에서 보호자님을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다고 본다.

아이의 소중한 마지막 배웅이 아이에게도, 보호자님에게도 큰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장례문화 또한 계속 발전되고 선진화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의 칼럼을 맺고 싶다.

글 /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부산지부 반려동물장례지도 전문 강사 정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