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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교향곡, 연재 제51회 <변론요지서>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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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7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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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교향곡, 연재 제51회 <변론요지서>
Symphony in C minor ‘Fate’

   
 
변론요지서

결심 공판이 있은 다음 날 아침, 기영은 곧바로 교도소로 가서 준하의 접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준하는 여전히 접견을 거부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만남조차 거부하는 것일까? 교도관에게 물어보니, 준하는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며 일반면회조차 거부한다고 했다.

그럴수록 기영은 더욱 조바심이 났다. ‘이제 저는 돌아갑니다’라고 하던 준하의 법정 최후진술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계속 가슴을 찔렀다. 준하를 만나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기영의 접견을 거부하고 있었다. 
 
   
 

선고 열흘 전
― 변호사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 예,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변론요지서 작성에 몰두해 있던 기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호사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 왔다. 한 사람은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고, 또 한 사람은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 이리로 앉으십시오. 어떤 일로 오셨는가요?
― 김준하 소장님 사건과 관련하여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노인이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 김준하 소장과는 어떤 관계가 됩니까?

― 김준하 소장님과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김인환 씨의 동생 김경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형님의 유일한 혈육인 김우열입니다.
― 아, 그렇습니까?

기영은 긴장했다. 드문 경우지만 가끔씩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지 등이 가해자의 변호사사무실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 재판의 경우에는 비록 법정에서였지만 피해자 김인환의 유족들이 고인의 명예훼손을 거론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여러 가지로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공판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고인에게 누를 끼치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영이 사안을 의식하고서 정중하게 말했다.
― 아닙니다. 천만에요.
― 그런데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 먼저 저희들이 작성한 이 탄원서를 받아 주십시오.
― 탄원서라니요? 피해자의 탄원서라면 직접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좋을 텐데요.
대개의 피해자들이 더 많은 합의금을 받기 위하여, 또는 보복 심리로 선고를 앞 둔 시점에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가 있어 한 말이었다.

― 김준하 소장님의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가 아닙니다. 그분의 구명과 선처를 당부하는 탄원서입니다.
― 예? 아, 제가 오해를 했군요. 그런데 수사기록에는 고인에게 아들이 없었던 것 같던데요?
김인환의 유일한 혈육이라면서 함께 온 김우열을 의식하고서 기영이 말했다.

― 예, 호적상으로는 제 자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사실 형님의 소생입니다.
―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 같군요.
― 예, 이 아이 어머니는 당시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형님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사법고시에 합격하자 이 아이 어머니를 버렸지요. 형님이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던 바로 그날, 이 아이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하혈을 쏟으며 쓰러졌습니다. 당시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이었죠. 그리고 이 아이를 낳고는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 아, 그런 불행한 일이 있었군요.
기영이 말했다.
― 그뿐만이 아니었죠. 안타깝게도 그 일 때문에 이 아이 할머니도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지요. 저희들은 이 아이의 출생을 형님에게 숨겼습니다. 어차피 형님께 알리더라도 아이를 키우지는 못할 것이고 오히려 새로 들어온 신부에게 충격만 주게 될 것이 눈에 보듯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아이를 제 호적에 올리고 이제껏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형님의 유일한 피붙이입니다.

― 그랬군요. 충격이 크셨을 텐데, 아버님의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기영이 노인의 곁에 앉은 김우열을 보고 말했다.
― 고맙습니다.
김우열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 저희들이 여기 온 것은 탄원서를 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김준하 소장님께 저희 가족들의 용서를 대신 빌어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것입니다. 돌아가신 형님이 이 아이 어머니께 한 짓도 참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김준하 소장님과 홍한일 박사님 등 여러 사람들에게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하늘 아래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 예, 그 마음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부디 잊지 마시고 꼭 저희 가족들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법정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한 그 여자 분께도 저희 가족들의 용서를 구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변호사님께도 부디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강림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예,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교회에 나가시는 모양이군요?
― 예, 돌아가신 이 아이 어머니의 은총으로 교회 장로가 되었습니다. 제 여생은 형님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황폐한 형님의 영혼을 구원하는 기도로 살아갈 것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돌아가고 난 뒤, 기영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같은 피를 타고 태어난 형제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홍익하는 사람은 신성의 빛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준하의 말이 떠올랐다. 신성의 빛 속에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의식 차이가 이렇구나.

이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관점의 차이가 아니다. 법률이나 준법의식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김인환이 그토록 추구했던, 아니 기영 자신은 물론 대개의 보편적인 사람이 추구하는 돈과 명예나 권력과는 동떨어진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한 영혼의 문제다. 준하의 영혼도 이런 것인가…….

기영은 다시 변론요지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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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요지서

사 건 2×××고합1279 살인
피고인 김준하

위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 김준하의 변호인은 다음과 같이 변론을 개진합니다.

다음

1. 피고인 김준하(이하 ‘피고인’이라고 한다)에 대한 공소사실은 공소장 및 변경된 공소장 기재 사실을 원용합니다.

2. 증거관계

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에 대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직접 증거는 상피고인 박형기(이하 ‘박형기’라고 한다)의 자백 및 증언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칼과 샴페인병)입니다. 그 외 나머지 증거들은 2차적이거나 또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관련한 간접 증거입니다. 이하에서는 이들 증거가 과연 증거로서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증거의 가치평가)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1) 박형기의 자백 및 증언

가) 이 사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박형기의 자백 및 증언은 피고인과 박형기가 이 사건 공소장 기재 일시 및 장소(마린시티호텔 804호 ; 이하 ‘범행 장소’라고 한다)에 침입하여, 피고인이 방심한 고 김인환(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을 먼저 미리 준비한 샴페인병으로 가격하여 반항을 억제시킨 후, 다음으로 역시 미리 준비한 등산용 칼로 피해자의 목을 찔러 살해하였다는 것입니다.

나) 그러나 이와 같은 박형기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습니다. 즉 후술하는 부검의사 박상훈이 집도한 부검조서에는 피해자의 머리에 난 상처(후두부 함몰 직경 3㎝)가 샴페인병에 의해 생성된 것이 아니라 머리가 둥근 망치와 같은 도구에 의하여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입니다.

다) 또한 박형기와 내연관계에 있는 증인 유지연의 계좌에 10억 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이 돈은 정해현의 후원회장인 송철준이 송금한 것으로 피해자와 정적관계에 있는 정해현의 비자금으로 추정된다), 이 돈은 박형기가 이 사건 범행 대가로 정해현으로부터 받은 돈이거나 아니면 박형기가 이 돈을 받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하여 위증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합니다.

라) 그리고 증인 유지연은 박형기의 지시를 받아 위에서 받은 돈 5억 원을 정해현의 전보좌관 최경호와 내연관계에 있는 박영애의 계좌로 이체했는데, 이런 사실은 후술하는 피살자의 목에서 발견된 최경호의 머리카락과 더불어 이 사건의 진범이 최경호와 박형기가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합니다. 따라서 박형기의 자백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2) 범행 도구(칼)

가)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등산용 칼은 피고인이 근무하는 홍익문화연구소 옥외 연못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에 이 칼을 이 연못에 은닉하였다는 사실은 박형기의 피의자신문조서에서 확인됩니다. 나아가 피해자의 목에 생성된 자상은 이 칼에 의한 것임이 위 박상훈이 작성한 부검조서로 확인됩니다.

나) 그러나 이 칼이 발견된 과정이 위와 같이 신빙성 없는 박형기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나아가 만약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범행에 사용한 이 칼을 하필이면 자기가 근무하는 연구소 옥외 연못에다 감추는 허술한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검찰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수년에 걸쳐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계획범죄라고 한다).

다) 따라서 옥외 연못에서 발견된 이 칼은 피고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진범이 최경호와 박형기라는 강한 의심은 위에서 본바와 같다)가 피해자를 살해한 후 그 범행을 피고인에게 덮어씌우기 위한 계획의 하나로 의도적으로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는 강한 추정을 갖게 합니다. 따라서 위 옥외 연못에서 칼이 발견된 사실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3) 범행 도구(샴페인병)

가) 박형기의 진술 및 증언은 이 사건 범행 도구의 하나로 샴페인병이 사용되었다는 것이고, 이에 부합하는 깨진 샴페인병 조각이 범행 장소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나) 그러나 피해자의 신체를 부검한 위 박상훈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의 직접 사인으로 추정되는 후두부 함몰은 이 샴페인병에 의하여 생긴 상흔이 아니라, 머리가 둥근 망치와 같은 도구에 의하여 생성된 것이라는 소견입니다. 따라서 범행 장소에서 발견된 이 샴페인병은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4) 문서송부촉탁 기록

피고인의 과거 상해 사건 및 국가보안법위반 사건기록은 피고인의 범행 동기를 추정하는 2차적이고 간접적인 자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들 기록은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고 홍한일 박사의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마약) 사건기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5) 증인 최경호 및 손나영의 증언

증인 최경호 및 손나영의 증언 또한 위 홍한일 박사의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마약) 사건기록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범행 동기를 추정하는 2차적이거나 간접적인 진술에 불과합니다.

(6) 소결

따라서 위에서 밝힌 증거들은 모두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나.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에 대하여

위에서 언급한 증거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반대로 다음에서 제시하는 증거는 오히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1) 전보좌관 최경호의 머리카락

최경호는 피해자와 정적관계에 있는 정해현의 전보좌관이었고, 피해자의 신체부검 과정에서 발견된 최경호의 머리카락은 동인이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검찰은 동인의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이 영장은 발부되었다)을 갖게 합니다.

(2) 증인 신경민의 증언

증인 신경민의 이 사건 법정에서의 증언은 위 최경호가 범행 당일 범행 현장에서 가까운 마린시티호텔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냈다는 것이고, 동인은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신경민에게 돈 1,000만 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피해자의 신체부검에서 발견된 최경호의 머리카락과 더불어 최경호가 이 사건의 진범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3) 부검의사 박상훈의 증언 및 부검조서

가) 이 사건 법정에서 증언한 부검의사 박상훈은 피해자의 후두부에 생성된 두개골 함몰(직경 3cm)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샴페인병에 의하여 생긴 상흔이 아니라 머리가 둥근 망치에 의해 생성된 것이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 사인은 목의 자상과 이 후두부 함몰이라고 감정하였습니다.

나) 따라서 이 증언은 가장 유력한 증거인 박형기의 진술 및 증언(박형기는 본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분명히 샴페인병으로 피해자를 가격하였고, 망치를 사용한 사실은 없다고 증언하였다)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4) 증인 유지연의 증언

가) 증인 유지연의 증언은 박형기가 체포된 당일 정해현의 후원회장인 송철준으로부터 돈 10억 원을 받았고, 유지연은 박형기의 지시에 의하여 이 돈 중 5억 원을 최경호의 내연녀인 박영애의 계좌로 이체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돈의 출처는 정해현의 비자금으로 추정됨은 전술한 바와 같습니다.

나) 따라서 이 증언은 정해현이 전보좌관 최경호와 박형기를 시켜 정적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합니다. 즉 유지연의 통장에 입금된 이 돈의 성격은 피해자와 정적관계에 있는 정해현이 선거에서 패배하자 최경호와 박형기를 시켜 피해자를 살해하였고(이 혐의로 최경호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 범행대가로 유지연의 통장으로 받은 10억 원을 서로 절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다) 그리고 박형기는 그 범행을 피고인에게 덮어씌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그가 직접 범행에 사용한 후 보관하고 있던 범행 도구(등산용 칼)를 홍익문화연구소 옥외 연못에 미리 빠뜨려두고, 제보를 통한 방법으로 이것이 발견되도록 교묘하고 지능적인 공작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라) 결국 증인 유지연의 증언은 박형기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증언이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결정적인 증거라 할 것이고, 반대로 이 사건의 진범은 정해현의 지시를 받은 최경호와 박형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다.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이상의 증거에 대한 평가에 의하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는 없거나, 그 증거가치가 유죄를 입증하기에는 미흡하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3. 피고인의 성장과정

가. 어린 시절

(1) 한반도의 젖줄 낙동강이 흐르는 어느 작은 산골마을에 유난히 정의감이 강하고 담대한 용기를 가진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또래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대장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대장의 아버지는 토벌대에 쫓기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빨치산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그가 젊음을 바친 공산주의 이념이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 야만의 얼굴을 버렸습니다. 대장 아버지는 전향한 지식인이었습니다.

(2) 대장 아버지는 야만의 얼굴을 대체할 새로운 이념적 좌표를 우리나라의 국시인 ‘홍익인간’에서 찾았습니다. 아버지가 이념적 좌표로서 설정한 홍익인간은 기존의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人)과 사람(人)의 사이(間)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새로운 가치개념으로 정립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홍익인간의 새로운 개념정립을 통하여 한국전쟁 이후의 좌익과 우익의 정치적 대립을 지양하고 화해와 용서로 민족이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 그러한 홍익인간의 실천적 개념으로써 아버지가 추구한 것은 개인으로서의 홍익인弘益人이었고, 전체로서의 이화세계理化世界였습니다.

(3) 대장은 그러한 아버지의 정신적 자양분을 먹고 성장하였습니다. 대장 아버지는 대장에게 홍익정신의 함양을 위한 교육방법으로 어릴 적부터 우리 선인들의 정신수련법인 단전호흡 수련과 명상치유법을 가르쳤습니다. 단전호흡을 통한 기(氣)수련은 어린 대장에게는 일상화된 것이었고, 대장은 이러한 수행을 통하여 조화로운 인성을 갖춘 청년으로 성장하였습니다.

(4) 그러나 대장 아버지는 대장이 초등학교 5학년, 어느 겨울날, 노루사냥을 나온 미군의 오인발포에 의하여 유명을 달리하는 황당한 참변을 당하였습니다.

나. 청년시절

(1)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는 정신적 아픔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대장은 굳건하게 성장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대장이 진학한 고등학교는 당시 수재들만 진학한다는 부산에 소재한 Y고등학교였습니다. 대장은 그곳에서 전교 수석을 차지하는 총명한 인재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한 급우의 모함을 받아 대장은 상해죄를 범한 비행소년이 되어 소년원에 송치되었습니다. 대장을 시기한 그 급우는 당시 Y고등학교에서 유일한 폭력서클인 악동클럽의 우두머리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대장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였습니다.

(2) 소년원에서 독학으로 공부한 대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에서 대장이 추구한 것은 아버지가 추구하였던 홍익이념의 실천을 위한 방법적 모색이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대장은 홍익문화연구회란 동아리회를 창립하여 홍익정신의 저변확대를 위한 실천적 활동을 구체화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장이 만난 사람이 현 홍익고등학교의 설립자이자, 학교법인 홍익재단의 이사장이었던 고 홍한일 박사였습니다. 이때 대장은 홍한일 박사의 신실증주의 사학의 영향을 받아 그가 추구하던 홍익정신을 역사이념으로 확장시킨 새로운 역사관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 홍한일 박사는 대장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하게 한 학문적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그러나 대장은 공교롭게도 대장과 함께 같은 과에 진학한 위 같은 급우의 시기와 모함을 다시 받아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어 실형 3년의 수형생활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대장은 대학에서 제적되었습니다.

4. 피고인, 정해현, 피해자

가. 위와 같은 성장과정을 거친 대장이 바로 이 사건의 피고인 김준하입니다

나. 피고인이 고등학교 때 상해죄를 범한 비행소년으로 소년원에 가게 된 원인을 제공하고, 대학 때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실형 언도를 받도록 시기와 모함을 한 학생이 현 국회의원 정해현입니다.

다. 정해현의 시기와 모함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동인이 제공한 뇌물을 받고 검찰 권력을 불법으로 행사한 사람이 피해자 고 김인환입니다.

5. 홍익인, 이화세계
― 피고인의 내면세계와 공익사회활동

가. 고 홍한일 박사의 정신적 영향을 받은 피고인에게 닥친 수형생활은 오히려 피고인의 의식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아버지의 사상인 「홍익인간이화세계弘益人間理化世界」의 이념을 홍한일 박사의 역사관에 접목시켜 이 이념을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이념체계로서 그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피고인의 아버지가 이 이념을 당신이 체험했던 좌익과 우익의 대립을 용서와 화해로서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국한하여 파악하였다면, 피고인은 고 홍한일 박사의 신실증주의 역사관(* 인류의 보편적 가치체계로 정립되어 있는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라는 가치체계가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우리 선인들은 이러한 가치체계를 포함하는 「홍익인간이화세계」라는 보다 시원적始原的인 인류 보편의 가치체계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을 이에 접목시켜, 이 이념이 현재 이 지구상의 정치, 경제, 인종, 종교 등에서 비롯되는 모든 분쟁을 용서와 화해,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는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장 근원적인 가치개념으로 그 이론적, 학문적 체계를 정립하였던 것입니다.

(*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피고인의 논문 「홍익정신의 학문적 고찰」 및 저서 『홍익정신과 이화세계, 부제 왜 홍익하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참조)

나. 피고인은 이러한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고 홍한일 박사가 설립한 홍익문화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건전한 홍익인을 양성하는 후학 교육과 인류가 추구해야 할 근원적, 보편적 가치체계로서의 홍익문화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지금까지 홍익인으로 양성한 많은 제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각 방면에서 훌륭한 사회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6. 범행 동기
― 고 홍한일 박사

가. 그런데 피고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 홍한일 박사는 피해자와 정해현이 조작한 음모에 의하여 윤리, 도덕적으로 파렴치범이 되어 당신의 일생에 걸친 모든 사회적 지위와 명예는 물론이고 하나밖에 없는 생명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 피해자의 사건 조작에 의한 고 홍한일 박사의 이 불행한 사건이 있기 전, 고인은 이 시대 최고의 양심으로서 국민의 존경대상이었던 점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하시더라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동기는 정해현의 음모와 피해자의 불법권력 행사가 이 시대 최고의 양심을 죽게 만들었다는 공분에서 비롯된 것이지, 검사의 주장처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사적인 보복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7. 결론
―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그러나 설사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하시더라도 피고인이 홍익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 이상에서의 증거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그러나 설사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하시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성장과정,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피해자가 고 홍한일 박사에게 가한 박해 등 정상을 참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 피고인은 이 법정의 최후 진술에서 ‘나는 돌아갑니다, 돌아가서 아름다웠던 생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이 말이 고 홍한일 박사의 전철을 밟겠다는 의미로 여겨져 두렵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판에서 비로소 그 누명이 벗겨진 고 홍한일 박사의 유지를 이어받은 또 하나의 우리 시대의 양심입니다. 이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이 고귀하지 않을까 만은 피고인의 생명은 더욱 고귀합니다.

다.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피고인이 참된 홍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도덕과 양심이 허물어져 가는 이 혼란한 시대에 피고인이 그토록 갈망하는 밝은 이화세계가 도래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첨부서류

1. 소견서(부검의 박상훈) 1통
1. 탄원서(피해자 동생 김경환, 아들 김우열) 1통
1. 탄원서(홍익고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 1통
1. 피고인의 논문 「홍익정신의 학문적 고찰」 1부
1. 저서 『홍익정신과 이화세계, 부제 왜 홍익하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책표지 및 서문 발췌) 1부
1. 탄원서(증인 손나영) 1통

200×. ×. ×.
피고인의 변호인
변호사 박기영

부산지방법원 귀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변론요지서 작성을 마친 기영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준하의 다수 논문과 저서를 탐독하고, 두터운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에 나타난 증거를 분석하느라 꼬박 일주일 동안을 씨름했다.

이제 기영이 법정에서 준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 그동안 준하의 내면세계와 사상을 알 수 있는 다수 논문과 저서를 탐독했지만, 준하가 그의 신념을 송두리째 바치고 있는 이화세계의 실체를 알기는 어려웠다.

이화세계는 어떤 세상일까. 문득 오전에 기영을 방문했던 김경환 장로와 김우열을 떠올렸다. 그들은 준하를 용서한다고 했다. 아니 그들이 오히려 준하에게 용서를 빈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과 같은 피를 타고 태어난 김인환은 어떤가.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의식이 그렇게도 다를 수 있는가…….

기영은 대학 때 형사정책 과목에서 공부한 생래적 범죄인설〔*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이자 범죄인류학자인 롬브로조(Lombroso, Cesare)가 주창한 학설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인을 대상으로 신체적 특성을 연구한 결과 특별한 유형의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은 생래적으로 범죄인의 기질을 가진다는 생래적 범죄인설을 주창하였다. 이러한 생래적 범죄인은 교화가 불가능함으로 종국적으로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학설이다. 이 학설은 근대 형사정책에서의 사형제도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을 되새겨 보았다.

용훈은 준하에게 사형을 구형하였다. 그것은 준하가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법의식의 잣대로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법률적 양심에 따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용훈의 심적 고통과 갈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가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함부로 재단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그것이 법의 이름을 빌렸다고 할지라도……. 더구나 준하는 생래적 범죄인의 범주에는 결코 속하지 않을 사람이 아닌가.

어쩌면 준하에게 사형의 구형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의 육체는 인간의 법의 잣대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되어 버렸지만, 그의 정신은 그가 말하는 신성의 잣대, 보다 근원적인 신성의 빛에 견고한 뿌리를 박고 있다.

법률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하고 오용하기까지 한 김인환의 불법과 독선, 남을 파멸시키면서까지 권력을 추구하는 정해현의 욕망, 반면 이에 저항하면서도 끝까지 이들에 대한 연민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준하의 의식과 피해자의 유족이면서도 오히려 가해자인 준하의 용서를 구하는 김경환의 태도는 이들이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신성의 빛을 인식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으로써 이러한 신성의 논리를 체계적 교화수단으로 이론화시킬 수는 없을까. 이를 범죄예방을 위한 방법적 교육프로그램으로 체계화시킬 수는 없을까.

그보다 준하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돌아간다고 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이 땅의 모든 것을 그의 영혼 속에 간직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돌아가서 그의 생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할 것이라 했다. 이 말에 함축된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준하에게는 용훈의 사형 구형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준하의 생명은 기영과 용훈이 벌인 실정법의 공방에 의해 재단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신성의 빛에 견고한 뿌리를 박고 있다.

문제는 준하가 느끼는 그 빛의 진로와 정도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기영이 이제까지 공들여 작성한 변론요지서도 준하의 내면세계에 비추어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준하는 정말 홍한일 박사의 전철을 밟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준하가 정말 홍 박사의 뒤를 따르고자 결심했다면……. 아,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지금까지 가슴을 찔러대던 가시가 대못이 되어 쿵하고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 등줄기에서 찬바람이 확 불었다. 시계를 보았다. 아직 준하를 접견할 수 있는 시간여유는 있다.

― 사무장님, 이 변론요지서를 법원에 제출해 주시고, 김준하의 접견신청을 해 주십시오.

   
 

 *

선고 일주일 전
― 변호사님, 접견을 거부합니다.

선고 사흘 전
― 변호사님, 오늘도 접견을 거부합니다.

선고 이틀 전
― 변호사님, 여전히 만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선고 하루 전, 17:00
― 하지 않아도 될 수고를 하고 있구나.
― 선고 전에 꼭 만나 전해야 할 말이 있어.
― ‘꼭’이라는 말은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아.
― 김인환의 동생 김경환 장로와 아들 김우열이 찾아 왔었어.

― 그분들은 신성의 빛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분들의 용서는 이미 받았어. 나도 그분들을 벌써 용서했고.
― 그분들이 면회를 왔었던 거니?
― 너의 접견도 거부한 나야.
― 그분들이 너의 구명을 탄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어. 정상이 참작되어 최악의 경우만은 피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 딴 생각하면 안 돼.

― 내가 용훈의 사형구형을 두려워했을 것 같니? 내가 행여 판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지 않을까 두려워할 것 같니? 아니야. 내가 말하지 않던? 이제는 어느 누구도 나를 심판할 수 없다고. 이제는 내가 그들을 심판한다고.
― 하지만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 행여 네가 항소를 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너의 변호를 맡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해.

― 이제까지 한 일만 해도 너는 많은 수고를 했어. 그리고 이젠 네가 변호할 일도 남아있지 않고,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거야. 참, 그리고 안경에게도 내가 고마워한다고 전해 줘. 진정한 친구로서 애 많이 썼다고……. 너와 용훈이는 이제까지의 굿판에서 훌륭히 장단을 맞춰 주었어.

― 장단이라고? 좀 진지해지면 안 되겠니? 법정은 네가 펼치는 굿판이 아니야. 비록 하늘의 심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성한 곳이야. 아니, 그만두자. 지금 이제 와서 그걸 따져 무얼 하겠니?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너를 위해 한 마지막 변론이야. 변론요지서. 한 번 읽기라도 해 봐.

접견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름드리 히말라야시다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높았다. 그날 대장의 면회를 마치고 나오는 날, 저 나무 아래를 걸어 나오며 소녀는 말했었다.

“먼저 나를 용서하고,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용서하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용서하도록 해 봐.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 봐. 그러면 오빠의 영혼에서 샘솟듯 흘러넘치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때의 그 사람이 지금도 꼭 같은 장소에 갇혀 있다.

― 애를 많이 섰구나. 그러나 괜한 일에 애를 썼다고 하면 너는 화를 내겠지? 내가 조금 전에도 말하지 않던. 나는 심판받지 않는다고. 어느 누구도 나를 심판하지 못한다고. 심판을 받지 않을 사람에게 변론요지서가 무슨 필요가 있겠니?
― 너의 참담한 심정은 이해해.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여. 그런다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

― 끝난다고? 아니야. 마지막 살풀이춤이 아직 남아 있어. 그만 나가볼게.
― 살풀이춤? 준하야? 행여 너 딴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넌 여전히 우리들의 대장이야. 우리들은 모두 너를 사랑해.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놓고 가는 것은 네가 말하는 신성의 빛을 거역하는 일이야! 절대 딴 생각 하지 마!

애원하는 기영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러나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목구멍에 걸려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접견실을 나온 기영은 그 옛날 소녀와 함께 걸어 나왔던 히말라야시다 아래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때서야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던 마지막 말을 속으로 삼켰다.

(― 너를 사랑했던 그 소녀가 어디에선가 너를 지켜보고 있어. 그 맑은 영혼을 가진 그 소녀가 지금도 어디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 《다음 검색창》에서 『살인 교향곡』을 검색하시면, 지금까지 연재된 모든 연재물(연재 제1회부터 제50회까지)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재 제52회 <마지막 향연>은 2019. 10. 14.(월)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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