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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교향곡, 연재 제43회 <사건의 실체>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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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2  0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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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교향곡, 연재 제43회 <사건의 실체>
Symphony in C minor ‘Fate’

   
 

사건의 실체

어젯밤 TV뉴스가 보도된 이후부터 정해현은 한 숨도 자지 못한 채 방안을 서성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절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 언론에 보도되고 말았다. 만약 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날이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물론 사법조치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방송국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일까? 결국 최경호 이 자식이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인가? 새벽 5시, 정해현은 밤새 다섯 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던 전화번호를 다시 눌렀다. 발신음이 가는 동안에도 조바심으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제 자리 걸음으로 방안을 서성거렸다.

― 에이, 씨이, 새벽부터 어떤 새끼야?
송수화기 속에서 아직도 잠이 덜 깬 욕지거리가 튕겨 나왔다.
― 송 회장, 나 정 의원이요.
― 뭐? 아이고, 의원님!
― 도대체 왜 전화는 받지 않는 거요?
―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 어젯밤 뉴스 때문에 전화를 하신 거군요?

― 잘 알고 있군. 그때 일과 관련해서 말인데, 혹시 짐작 가는 데가 없나요?
― 그때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최경호와 이미 백골이 된 그 영감뿐이지요. 혹시 최경호 이 자식이 정말 사고라도 친 것이 아닐까요?
― 잘 생각해 보시오. 정말 그때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최경호와 그 영감 밖에 없는가 말이요?

― 최경호 그 새끼가 하지 않았다면……. 김인환 그 영감도 이미 죽었고, 아, 그 계집이 있지요. 김인환이 데리고 왔던 그 계집 말입니다.
― 그럼 입을 막아야지. 만약 최경호나 그 계집이 검찰에 불기라고 하면 송 회장이나 내가 어떻게 된다는 것은 잘 알지 않아?
정해현이 참지 못하고 이제까지의 존대 투 말씨에서 대뜸 명령 투로 윽박질렀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조치를 할까요?
― 어떻게 하기는, 입을 아예 봉해 버려야지.
정해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예? 목을 따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좀 비싸게 치이겠는데요.

―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없어. 이 일은 나와 송 회장 명줄이 달려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린가.
― 의원님의 명줄이 걸린 일이지, 내 명줄이 걸려 있지는 않지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 그런데 그 계집을 찾을 수가 있을까?
― 바로 아이들을 풀겠습니다. 술집에 나간 년이 그 언저리에 있지 어디 다른 곳에 있겠습니까?

― 최경호의 소식은 못 들었는가?
― 이 새끼가 진짜 어디로 잠수해 버렸는지 영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 검찰이나 경찰보다 먼저 찾아내야 해. 찾아내는 즉시 사정보지 말고 처리하도록, 알겠나?
―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례비나 두둑하게 준비해 두십시오. 

   
 
*

음성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어제 저녁 곧바로 정시영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의 발신지를 추적해보았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음성메시지를 보낸 자는 분명 발신지가 추적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메시지를 보낸 자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출근하자마자 김용훈 검사의 호출전화를 받은 박경일은 최수환과 함께 검찰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온통 이 생각에 빠져 있었다.

504호 검사실로 들어서자, 김용훈 검사가 두터운 안경 속 핏발선 눈으로 두 사람을 맞았다. 구겨진 와이셔츠에 턱수염이 거뭇하게 자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메시지 속의 사건기록을 검토하느라 꼬박 밤을 새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짐짓 여유 있는 태도로 직접 커피 두 잔을 타서 두 사람에게 권하며 말했다.

― 커피부터 한 잔 하시죠. 이미 보도를 보셨겠지만, 또다시 기분 좋게 한 방 먹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께서 좀 더 수고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 혹시 어제 그 메시지를 보낸 자가 진짜 범인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최경호에 대하여 강한 혐의를 두고 있는 최수환이 자기의 생각을 강변하는 어투로 말했다.

― 아닙니다. 김준하와 박형기가 진범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 살인동기가 문제될 뿐이지요.
자기의 의견을 바로 무시해 버리는 김용훈 검사의 말에 성미 급한 최수환이 대꾸하는 말 대신 불만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용훈 검사가 계속 말했다.

― 어젯밤 홍한일 박사의 사건기록을 세밀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홍한일 박사의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바로 김인환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최경호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 그렇다면 최경호가 범인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최수환이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 최경호가 범인일 가능성도 있지만, 어제 메시지를 보낸 자가 무엇 때문에 홍한일 박사의 사건을 언론에 노출시켰겠습니까? 메시지의 의도는 과거 홍한일 박사의 사건이 이번 김인환 사건의 결정적인 동기가 된다는 것을 공개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박경일이 어젯밤부터 줄곧 생각해 오던 것을 말했다.

― 그렇습니다. 그래서 두 분께서는 홍한일 박사의 사건을 다시 한 번 조사해 주십시오. 특히 이 수사기록에 나와 있는 사람들 중 당시 홍한일 박사와 함께 사건 현장에 있었던 손나영의 신병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주십시오. 그리고 최경호가 범인일 가능성도 전연 배제할 수 없으니까 알아채지 못하도록 최경호의 소재파악에도 주력해 주십시오.
 
   
 

*

― 사무장님, 지금 바로 김준하의 접견 신청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사건번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하고 기록 전체를 복사해주십시오.

기영은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사무장에게 언론에 보도된 홍한일 박사의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하도록 지시하고는 교도소로 향했다. 어젯밤 손나영이 말한 내용을 준하로부터 직접 확인해야 했다. 언론에 보도된 메시지에 대하여도 혹시 아는 게 없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 변호사님, 피고인이 접견을 거부합니다.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영에게 교도관이 와서 말했다.

― 그래요? 다시 한 번 수고해 주십시오. 꼭 만나서 확인할 사항이 있다고요.
― 변호사님, 만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기영은 접견실을 나섰다. 준하의 성격으로 보아 기다린다고 나올 리가 만무했다.

오후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열람등사 신청을 한 홍한일 박사의 형사기록이 복사되어 있었다. 세 묶음이나 되는 두꺼운 기록물이었다.
― 모두 퇴근하세요.

직원들을 모두 퇴근하게 한 후 기영은 혼자 사무실에 남아 기록을 검토했다. 제일 먼저 홍한일 박사의 피의자신문조서를 펼쳤다. 당시 수사검사였던 김인환이 사법수사관 오경록을 참여하게 하고 직접 신문하여 작성한 것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피의자신문조서

아래 피의자에 대한 향정신성의약품과리법위반(마약)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 19××. ×. ××. 14:00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김인환은 같은 검찰청 사법수사관 오경록을 참여하게 하고 피의자에게 피의 사건의 요지를 설명한 후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 다음과 같이 신문하다.

문 : 피의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업, 주거, 본적을 말해 주십시오.
답 : 성명은 홍한일, 주민등록번호 ………
문 :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았지요?
답 : 예.
문 : 피의자는 조사관의 물음에 대답하겠습니까?
답 : 예.

문 : 피의자는 현재 국회의원이고, 학교법인 홍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가요?
답 : 예.
문 : 피의자는 19××. ×. ××. 부산 **동 소재 부일방직산업(주) 강당에서 종업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가요?
답 : 예.

문 : 피고인이 그 강연을 하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답 : 부일방직 정해현 사장으로부터 ‘현대 산업사회와 홍익인간’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 : 정해현과 피의자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답 : 정해현 사장은 부일방직을 경영하면서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선거구의 지역구부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평소 잘 알고 있습니다.

문 : 피의자는 그날 강연을 했는가요?
답 : 그렇습니다. 부일방직 강당에서 전 종업원을 상대로 강연을 했습니다.
문 : 그 강연은 몇 시쯤에 마쳤는가요?
답 : 내 기억으로는 저녁 7시쯤에 마쳤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문 : 강연을 마친 후에는 어떤 일을 하였는가요?
답 : 정해현 사장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고 하여 식당으로 갔습니다.
문 : 그 식당이 어디였습니까?
답 : 정해현 사장이 제공한 차를 타고 갔기 때문에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문 : 그곳에서 식사를 하였는가요?
답 : 예.
문 : 식사를 하는 자리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답 : 정해현 사장과 부일방직의 최 실장이라는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문 : 그곳에서 술을 마셨는가요?
답 : 아니요. 나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문 : 정말 술을 마시지 않았는가요?
답 : (잠시 생각하다가) 아, 정해현 사장과 최 실장이라는 사람이 따라주는 맥주 한 잔씩을 마신 것 같습니다.

   
 

문 : 그날 저녁 피의자는 식사를 마치고 남포동에 있는 M룸살롱에 간 적이 있지요?
답 :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도 M룸살롱이라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문 : (이때 M룸살롱 방에서 촬영한 피의자의 사진을 보이고) 이 사진 속의 남자는 피의자가 맞지요?
답 : 맞습니다.

문 : 이곳이 M룸살롱인데, 그런데도 피의자는 부인하는 것인가요?
답 : 정말 기억나지 않습니다. 내가 왜 이런 장소에 있는지 정말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피의자는 이곳 룸살롱에서 평소 정부情婦로 삼고 있는 손나영이라는 여자를 부르지 않았나요?
답 : 정부라니요? 나는 그런 여자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손나영이라는 여자도 모릅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봅니다.

문 : 피의자와 함께 있는 이 여자가 손나영인데, 피의자는 그래도 부인하는 것인가요?
답 : 이 여자가 어떻게 하여 나와 함께 있는지는 모르지만 처음 보는 여자이고 정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문 : 피의자는 이곳 룸살롱에서 손나영과 함께 맥주에 마약을 타서 마신 사실이 있지요?
답 : 아닙니다. 천부당만부당한 말입니다. 마약이라니요. 나는 모릅니다.

문 : (이때 피의자에게 혈액채취검사서를 제시하고)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검사한 이 검사서에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는데, 그래도 피의자는 부인하는 것인가요?
답 : 아닙니다.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기억나지 않는 것은 당시 피의자가 너무 많은 양의 마약을 복용하였기 때문이 아닌가요?
답 : 그렇지 않습니다. 마약이라니요. 내가 그런 일을 하다니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문 : 이 사진 속에 피의자가 있고, 피의자의 혈액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피의자는 계속 부인하는 것인가요?
답 : 정말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날 정해현 사장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신 뒤부터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문 : 단지 맥주 두 잔을 마셨는데, 그랬다는 말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어떻게 좋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답 : 몸에 열이 나는 것 같았고, 속이 메스꺼워졌습니다. 그래서 잠시 화장실에 가서 토하기도 했습니다.
문 : 그래서요?
답 : 속이 너무 거북하여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와 음료수를 한 잔 마신 것 같은데, 그때부터 몸이 더욱 좋지 않았습니다.

문 : 어떻게 좋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답 :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앉아있기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석했던 정해현 사장에게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 기억이 날 뿐입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문 : 지금 피의자는 죄책을 모면하기 위하여 계속 얼토당토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실대로 자백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피의자는 위와 같이 마약을 복용한 환각상태에서 손나영의 체모를 깎고 성추행을 한 사실이 있지요?
답 :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말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피의자는 당시 손나영에게 여고생 교복을 입으라고 한 사실도 기억나지 않는가요?
답 : 손나영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봅니다. 정말 아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문 : (이때 손나영과 피의자가 함께 있는 별지 사진을 피의자에게 제시하고) 이 사진 속의 여자가 손나영인데, 이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이 여고생 교복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겠습니까?
답 : 예, 교복이 맞습니다.

문 : 이 여자와 함께 있는 사람이 피의자라는 사실은 인정하겠습니까?
답 : 예, 내가 맞습니다.
문 :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그래도 피의자는 부인하는가요?
답 : 정말 기억나지 않습니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이 여자가 누구인지 정말 모릅니다.
문 : 이상의 진술은 모두 사실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추가로 더 하고 싶은 말이나,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요?
문 :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신 후부터 몸이 좋지 않아 토하고, 음료수를 마신 후부터 의식이 혼미해지며 더욱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석했던 정해현 사장과 최 실장에게 병원으로 좀 데려달라고 한 이후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문 : 더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답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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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신문조서에 나타난 홍한일 박사의 진술은 사실일 것이다. 이 신문조서에 나타난 최 실장이라는 사람은 최경호가 틀림없다. 신문조서에서 홍한일 박사는 음식점에서 정해현과 최경호가 따라 준 맥주 두 잔을 마신 이후로 갑자기 몸이 좋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해현과 최경호가 홍한일 박사 모르게 이 맥주에 마약을 탔을 것이다. 마약이 든 맥주를 마신 홍한일 박사는 갑자가 몸이 좋지 않아 토했다고 했다. 토한 후 다시 음료수 한 잔을 마셨다고 했는데, 이때부터 의식이 혼미해져서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어쩌면 홍한일 박사가 마신 음료수에도 마약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해현과 최경호가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은 짓을 했을까? 기영은 기록에 있는 최경호의 진술조서를 펼쳤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 전략 ………… )

문 : 진술인은 현재 부일방직산업(주) 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는가요?
답 : 예.
문 : 진술인은 19××. ×. ××. 19:00경 국회의원이자 학교법인 홍익재단의 이사장인 홍한일 박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있나요?
답 : 예.

문 : 그 자리에는 누가 있었나요?
답 : 정해현 사장과 함께 있었습니다.
문 : 그 장소는 어디였나요?
답 : 부산 **동에 있는 춘미관이라는 요정이었습니다.

문 : 진술인과 홍한일 박사가 그 장소에 가게 된 경위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답 : 그날 홍한일 박사님이 부일방직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했는데, 강연을 마친 후, 정해현 사장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여 가게 된 것입니다.
문 : 춘미관이라는 장소는 누가 마련한 것인가요?
답 : 저희들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자 홍한일 박사님께서 자기가 평소 잘 가는 요정이 있다고 하면서 그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문 : 거기에서 홍한일 박사는 술을 마셨나요?
답 : 예.
문 : 어떤 술을 마셨나요?
답 : 맥주에다 양주를 섞어 마시는, 소위 말하는 폭탄주를 마셨습니다.

문 : 얼마나 마셨는가요?
답 : 아마도 그때 홍한일 박사는 식사를 하면서 반주 삼아 마신다는 것이 폭탄주 열 잔 정도는 넘게 마신 것으로 압니다. 저희들이 너무 과음을 하는 것 같아 말렸으나 괜찮다고 하면서 계속 마셨습니다.

문 : 그 술자리에는 정해현 사장과 진술인외에 누가 있었는가요?
답 : 음식 시중을 드는 여종업원이 한명 있었습니다.
문 : (이때 피의자와 여종업원이 함께 촬영된 별지 첨부 사진을 제시하고) 당시 음식 시중을 든 종업원이 이 사진 속의 여자입니까?
답 : (진술인이 사진을 자세히 보고 나서) 맞습니다. 그때 시중을 든 여종업원이 맞습니다.

문 : 이 여종업원은 여고생 교복을 입고 있는데, 당시 시중을 들 때에도 이처럼 교복을 입고 있었나요?
답 : 아닙니다. 처음 여자가 들어왔을 때는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술에 취한 홍한일 박사가 여자에게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여자가 옷을 갈아입고 왔는데, 교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그러자 홍한일 박사는 교복을 입은 이런 어린 아이가 얼마나 좋으냐고 흥겨워했습니다.

   
 

문 : 그 음식점에서 홍한일 박사가 마약을 복용한 사실은 없습니까?
답 : 없었습니다. 그때 정해현 사장은 홍한일 박사가 건네는 술을 마지못해 몇 잔 마셨으나, 저는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줄곧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제가 있는 동안에는 마약 같은 것을 복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문 : 그 음식점에서는 얼마나 오래 동안 있었나요?
답 : 아마 2시간은 더 넘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홍한일 박사가 너무 과음을 하는 것 같아 정해현 사장이 저에게 홍 박사님을 집까지 조심해서 모셔다 드리라고 하고는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문 : 그때가 몇 시경이었나요?
답 : 아마 밤 10시경쯤 되었을 것입니다.

문 : 그래서 진술인이 홍한일 박사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나요?
답 : 아닙니다.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하자 홍한일 박사님께서 여종업원을 데리고 저의 차에 타면서 자기가 가자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어쩔 수 없이 홍한일 박사님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 : 그래서 어디로 갔는가요?
답 : 남포동에 있는 M룸살롱이었습니다.
문 : 그곳에 진술인도 함께 들어갔습니까?
답 : 아닙니다. 그곳은 홍한일 박사님이 은밀하게 이용하는 곳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두 사람을 M룸살롱 입구에 내려주고 집으로 갔습니다.

문 : 진술인은 더 할 말이 있나요?
답 : 사실, 저도 그때까지 홍한일 박사님을 존경하고 있었는데, 그런 분이 그렇게까지 문란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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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이 손나영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최경호의 진술을 사실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준하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정해현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획되고 조작되어 있다.

― 《다음 검색창》에서 『살인 교향곡』을 검색하시면, 지금까지 연재된 모든 연재물(연재 제1회부터 제42회까지)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재 제44회 <진실의 열쇠>은 2019. 8. 19.(월) 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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