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교향곡, 연재 제40회 <창과 방패>
Symphony in C minor ‘Fate’

법정은 여전히 어둡고 침울했다. 기영은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방청석을 둘러보았다. 그가 찾는 사람은 오늘도 보이지 않았다. 기영은 변호인석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저절로 어깨가 축 처지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버리는 것 같았다.
―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판사의 입정을 알리는 정리의 말이 아득하게 들렸다. 기영은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또 어떤 징소리를 내야 하나. 용훈의 꽹과리는 어떤 소리를 낼까. 이제 용훈의 꽹과리는 창날처럼 파고들 것이다. 그 창끝을 막아낼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방패를 들어야 할까?

곽 판사 : 지난번 공판에서 검찰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증인 최경호, 증인 최경호는 앞으로 나와 선서를 해 주십시오.

기영은 방청석에서 일어나는 한 남자를 보았다. 최경호가 방청석에서 걸어 나와 증인석에 섰다. 나이가 들어 왼쪽 볼에 난 점은 더 커진 것 같고, 살이 오른 네모진 턱 근육이 약간 씰룩해져 있었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교복 대신 양복을 입었을 뿐 얼굴에는 여전히 불량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때 그 따까리의 맹목적인 아부근성과 비굴함이 속을 메스껍게 했다.

기영과 용훈을 보는 순간, 최경호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려 깔았다. 그러나 이내 무엇인가 결심한 듯 네모난 턱을 끌어당겨 얼굴을 들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곽 판사 : 증인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 위증의 벌을 받게 됩니다. 증인은 선서해 주십시오.
최경호 :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을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곽 판사 : 검사는 신문해 주십시오.
 

용훈이 꽹과리, 아니 창을 들고 나선다.

김용훈 검사(증인 최경호에게)

문 : 증인은 피고인 김준하(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를 아는가요?
답 : 예.
문 : 과거에 피고인과 증인, 그리고 국회의원 정해현은 같은 고등학교의 같은 반이었지요?
답 : 예.

문 : 고등학교 2학년 때, 증인과 피고인이 싸움을 하여 피고인이 소년원에 간 사건이 있었지요?
답 : 예.
문 : 당시 사건에서 피고인이 증인을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힌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가요?
답 : 아닙니다. 그것은 조작된 것입니다.

문 : 그러면 그때 피고인이 증인을 칼로 찌른 것이 아니라, 증인이 스스로 자해를 했다고 한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이란 말인가요?
답 : 예, 그렇습니다.
문 : 그때 증인은 무엇 때문에 자해를 했나요?
답 : 그것은 정해현이 시켜서 한 일입니다.

문 : 정해현이란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정해현 의원을 말하는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당시 사건 경위에 대하여 자세히 말해 줄 수 있는가요?
답 : 예,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피고인과 정해현 둘이 반장선거에 출마하였는데, 피고인이 반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정해현이 피고인에게 반장을 사퇴하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정해현 등 여러 사람이 피고인을 폭행하여 강제로 사퇴시키려 했으나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문 : 정해현과 증인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대항해도 피고인 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었다는 말인가요?
답 : 예, 그때 피고인이 무슨 운동을 했는지는 몰라도 여러 명으로도 피고인 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해현이 일부러 날짜를 정해 피고인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도한 후 저에게 자해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문 : 증인은 당시 어떤 방법으로 자해를 하였나요?
답 : 제가 미리 준비한 칼로 저의 배를 스스로 찔러 자해를 하였습니다.
문 : 그러한 모든 일을 정해현이 시켰다는 말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그런데 당시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칼로 증인을 찔렀던 것으로 사실을 조작하였다는 것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사실을 조작한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답 : 예, 당시 정해현은 미리 검사에게 손을 써 놓았다고 하면서 자기가 먼저 피고인에게 싸움을 걸면 싸움하는 과정에서 제가 자해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피고인이 저를 칼로 찌른 것으로 거짓으로 진술하도록 시켰습니다.

문 : 그래서 증인은 정해현이 시키는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인가요?
답 : 예, 그때 정해현이 피고인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는 과정에 저는 미리 준비했던 과도로 제 배를 찔러 자해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거짓말이 탄로 날까 겁이나 사실은 자해를 한 것이라고 자백했습니다.

문 : 자백했다고요? 그런데요?
답 : 그러나 당시 검사가 오히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고인이 저를 찌른 것으로 대답하라고 시켰습니다. 특히 법정에서 제가 자해를 한 것이라고 사실대로 진술하면 오히려 제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교도소에 갈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반드시 피고인이 칼로 찔렀다고 증언하라고 시켰습니다.

문 : 그렇다면 당시 사건은 정해현과 검사가 피고인을 처벌하기 위하여 미리 각본을 짜놓고 조작한 것이라는 말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당시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정해현이 어떻게 검사를 만나 그러한 각본을 짰다는 말인가요?
답 : 정해현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당시 방직회사 사장이었던 정해현의 아버지가 검사를 매수하여 일을 꾸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 당시 이와 같은 사실을 피고인이 알았던가요?
답 : 사건 직후에는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받는 과정에서 알았을 것입니다. 당시 저와 피고인을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고문을 가했습니다.

문 : 어떤 고문을 가했나요?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답 : 처음에는 철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비틀었습니다. 피고인의 손가락 피부가 벗겨져 하얀 뼈가 드러나도록 심하게 비틀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백을 하라고 추궁했습니다.

문 : 그래서 피고인이 증인을 찔렀다고 거짓자백을 하였나요?
답 : 아닙니다. 그러한 고문에도 피고인은 자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검사가 피고인의 옷을 모두 벗긴 후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스펀지몽둥이로 피고인의 배를 때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때리면 멍이든 표시도 나지 않고 나중에는 장이 파열되어 죽게 된다고 하면서 계속하여 피고인을 때렸습니다.
문 : 그러한 고문을 당시 검사가 직접 하였나요?
답 : 아닙니다. 고문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고, 검사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자백하라고 추궁을 하였습니다.

문 : 증인은 당시 고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
답 : 모릅니다. 그때 고문을 하는 사람은 검은 안경을 쓰고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고문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도록 일부러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마치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사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고문만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고문훈련을 받은 전문가인 것 같았습니다. 그 광경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문 : 그러한 고문을 증인이 보는 앞에서 했다는 말인가요?
답 : 예.
문 : 그래서 피고인이 자백을 했나요?
답 : 아닙니다. 피고인은 끝까지 자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문 : 어떤 고함을 지르던가요? 그 말을 지금도 기억할 수 있나요?
답 : 예, 당시 상황이 너무도 무서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피고인은 자백을 강요하는 검사에게, “당신들은 내 영혼을 죽여 버렸어. 이제부터 나에게 영혼은 없어. 당신들에게 복수할거야. 내가 당신들을 심판하겠어. 내 손으로 반드시 당신을 죽이고 말겠어.”라고 눈을 부릅뜨고 외쳤습니다.

문 : 당시 피고인에게 그런 지독한 고문을 했고, 그래서 피고인이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고 외쳤던 그 수사검사가 이번에 살해된 김인환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위 사건이 있었을 때, 피고인은 당시 Y고등학교에서 전교수석을 하고 있었지요?
답 : 예, 피고인은 1학년 때부터 계속 수석을 했습니다.
문 : 그런데 위 사건으로 피고인은 소년원에 가게 되어 퇴학을 당했던 것이지요?
답 :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 증인은 피고인과 함께 B대학의 정치외교학과를 다닌 적이 있지요?
답 : 예.
문 : 증인은 피고인이 대학에 다닐 때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어 처벌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지요?
답 : 예.

문 : 당시 수사기록에는 피고인의 국가보안법위반 행위에 대하여 증인이 검찰에 제보를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사실인가요?
답 : 아닙니다.
문 : 그럼 누가 제보한 것인가요?
답 : 그것도 정해현과 김인환 검사가 함께 일을 꾸몄던 것입니다.

문 : 증인은 대학에 다닐 때 홍익문화연구회란 동아리회의 회원이었지요?
답 : 아닙니다.
문 : 당시 수사기록에는 그렇게 나와 있는데요? 그렇다면 그때 수사기록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어떻게 잘못되었다는 말인가요? 증인은 그때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답 : 저와 정해현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같은 과에 피고인이 입학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정해현은 이미 정치에 뜻을 두고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문 : 피고인이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답 : 당시 피고인은 홍익문화연구회라는 동아리회의 회장으로서 학생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정해현이 피고인에게 한 일들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면 정해현이 총학생회장이 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문 : 그래서 어떻게 하였나요?
답 : 당시 마침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내 소요가 있었는데, 이러한 학내 소요를 이용하여 피고인에게 누명을 씌워 피고인을 학교에서 추방시키고자 일을 꾸몄던 것입니다.

문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였다는 것인가요?
답 : 당시 피고인이 회장으로 있던 홍익문화연구회를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홍익문화연구회의 회원으로 있던 사람을 끌어들여 피고인이 학내 소요사태를 주도하는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때 정해현이 끌어들인 사람이 피고인이 작사, 작곡하였다는 악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문 : (이때 검사가 수사기록에 편철된 악보를 증인에게 제시하고) 지금 증인이 말하는 악보가 「민중의 노래」라는 이 악보인가요?
답 : 예.
문 : 당시 정해현이 끌어들였다는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답 : 박형기였습니다.
문 : 박형기라면, 지금 이 법정에 서 있는 상피고인 박형기를 말하는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증인은 이 악보를 어떻게 이용했다는 것인가요?
답 : 그때 알게 된 박형기와 함께 이 악보 밑에 학내 소요를 선동하는 문구를 넣어 대자보를 작성하여 학교게시판에 붙이고, 그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피고인이라고 검찰에 제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은 정해현과 당시 수사검사인 김인환이 미리 각본을 짜놓고 그렇게 하도록 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때 일도 제가 스스로 계획하여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문 : 당시 김인환과 정해현이 각본을 짰다는 사실을 증인은 어떻게 아는가요?
답 : 당시 정해현이 저에게 그렇게 하도록 시켰고, 조사를 받을 때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였기 때문에 알았습니다.

문 : 증인이 조사를 받을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답 : 제가 정해현의 지시에 따라 허위제보를 한 후, 얼마 있지 않아 피고인이 체포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검찰에서 저를 불렀습니다. 그때 검사는 미리 작성해 둔 조서를 읽어보라고 하더니 잘 기억하고 있다가 피고인을 조사할 때 조서에 있는 그대로 진술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 : 당시 미리 작성해 둔 조서의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답 : 피고인이 「민중의 노래」라는 악보와 학내 소요를 선동하는 대자보를 작성하여 저와 함께 학교게시판에 붙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 : 그러나 실제로 선동문구가 든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증인과 상피고인 박형기였지, 피고인이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인가요?
답 : 예.

문 : 그래서 당시 증인은 피고인과 함께 조사를 받았나요?
답 : 예.
문 : 어떤 조사를 받았나요?
답 : 미리 작성된 조서 내용과 같이 진술하였습니다.

문 : 그때 피고인이 그러한 거짓사실에 대하여 시인하였나요?
답 : 아닙니다. 피고인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문 : 이때도 피고인에게 고문을 하던가요?
답 : 예.

문 : 어떤 고문을 하였나요?
답 :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피고인을 매달아 놓고 스펀지몽둥이로 피고인을 때렸습니다. 피고인이 고통을 못 이겨 배설을 하자 그 배설물을 피고인의 입에 넣어 먹게 했습니다. 피고인의 몸을 스펀지로 둘둘 말아 작은 플라스틱 드럼통 속에 집어넣고 발로 차며 몇 시간 째 굴렸습니다. 고등학교 때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독했습니다.

문 : 피고인에게 그런 지독한 고문을 가한 사람이 김인환 검사였나요?
답 : 아까 말한 것처럼 고문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그 사람이 고문을 하고 김인환 검사가 그것을 바라보며 추궁을 하였습니다.

― 이상입니다.

꽹과리 소리가 그쳤다. 용훈의 창끝은 매섭고 날카롭다. 어떤 방패를 들어야하나. 어떤 징소리를 내야 하나. 준하의 고통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징소리는 어떤 소리여야 하나.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그냥 침묵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런데 최경호는 무엇 때문에 그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를 이렇게 낱낱이 증언하는 것일까? 최경호의 의도는 무엇일까? 기영은 준하를 보았다. 준하는 눈을 감고 표정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혼에 새겨져버린 그때의 고통을 반추하고 있는 것일까?

곽 판사 : 피고인 김준하의 변호인은 반대신문해 주십시오.

징을 울려야 할 차례. 기영이 방패를 들고 나선다. 그러나 방패는 무겁기만 하다.

박기영(증인 최경호에게)

문 : 증인은 증인이 자해를 한 그 사건으로 소년원에 갔다가 출소한 피고인을 만난 사실이 있지요?
답 : 예.
문 : 그때가 언제였던가요?
답 :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문 : 어디에서 만났는가요?
답 : 당시 재수를 하면서 입시학원에 나가고 있었는데,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났습니다.
문 : 우연히 만났다는 말인가요?
답 : 피고인이 소년원에서 출소한 후 일부러 찾아왔던 것이었습니다.

문 : 그때 증인은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요?
답 : 정해현과 함께 있었습니다.
문 : 당시 상황은 피고인이 증인이나 정해현에게 보복을 하려고 하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러한 상황이었지요?
답 : 당시에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문 : 그때 피고인이 증인이나 정해현에게 보복을 하였나요?
답 : 아닙니다.
문 : 보복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증인은 김인환이 피살된 시간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사건장소인 해운대 마린시티호텔에 간 적이 있지요?
답 : 간 적은 있으나, 그 시간이 사건이 일어난 시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문 : 그곳 호텔 주차장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낸 사실이 있나요?
답 : 없습니다.

문 : 증인은 신경민이란 사람을 알지요?
답 : 예.
문 : 증인은 위 접촉사고의 사고무마비 명목으로 신경민에게 돈 천만 원을 준 사실이 있지요?
답 : 돈을 준 사실은 있으나, 사고무마비 명목으로 준 것은 아닙니다.

문 : 그럼 증인이 신경민에게 돈 천만 원을 줄 다른 이유라도 있었나요?
답 : …….
문 : 증인이 신경민에게 돈을 준 이유는 사고를 목격한 신경민이 접촉사고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도록 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나요?
답 : 그것은…….

문 : 증인이 사고 사실을 외부에 감추어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답 : 그것은 이미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 이상입니다.

용훈의 창끝을 제대로 비켜난 것일까? 창끝을 완전히 비켜날 수는 없었더라도 그나마 창날을 무디게라도 할 수만 있었다면…….

곽 판사 : 피고인 박형기의 변호인은 신문하시겠습니까?

강성모 변호사(증인 최경호에게)

문 : 정해현이 끌어들였다는 홍익문화연구회의 회원이 상피고인 박형기라고 하였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요?
답 : 당시 정해현이 박형기를 제게 소개하였습니다. 제가 박형기를 만나기 전에 정해현은 이미 박형기와 얘기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문 : 이미 얘기가 되어 있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답 : 제가 박형기를 만나기 전에 정해현이 먼저 박형기와 공모하여 대자보를 붙이는 등의 일을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문 : 피고인이 고문을 당할 때, 박형기도 함께 있었는가요?
답 : 저와 함께 있지는 않았습니다.

문 : 그때 박형기가 고문을 당했던 것은 아니지요?
답 : 함께 있지 않아 잘 모르지만, 고문을 당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이상으로 증인 최경호에 대한 신문을 마치겠습니다. 증인 최경호는 돌아가지 말고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나중에 다시 증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다시 부르겠습니다. 검사는 증인 박형기에 대하여 신문해 주십시오.
 

용훈이 다시 창끝을 겨눈다. 이 창은 아마도 더욱 날카로울 것이다.

김용훈 검사(증인 박형기에게)

문 : 증인은 현재 피고인의 신분이지만, 이 신문은 증인의 신분으로 증언하는 것임을 미리 말해 둡니다. 증인은 이제까지 증인 최경호가 증언하는 내용을 들었지요?
답 : 예.
문 : 증인 최경호의 진술이 사실입니까?
답 : 아닙니다.

문 : 최경호의 어떤 진술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답 :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내가 아닙니다.
문 : 최경호는 직접 증인과 함께 대자보를 붙였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최경호가 위증을 하였다는 것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증인은 피고인 김준하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지요?
답 : 예.
문 : 당시 수사기록에는 피고인 김준하가 김형태라는 사람을 만나 「남조선 혁명을 위한 행동강령」이라는 인쇄물을 받았고, 이러한 사실을 증인이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었나요?

답 : 아닙니다.
문 : 그렇다면 증인은 당시 거짓으로 진술하였던 것인가요?
답 : 당시의 상황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 :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 : 당시 검사가 그렇게 하도록 저에게 시켰다는 뜻입니다.

문 : 그때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답 : 그때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수사관에게 연행되어 어딘가로 끌려갔습니다. 제가 취조실에 가자 그곳에는 이미 피고인 김준하가 먼저 연행되어 와 있었습니다. 검사는 저에게는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고 다만 제가 보는 앞에서 김준하를 취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 어떤 취조를 하던가요?
답 : 김준하가 대자보를 붙이고, 김형태라는 사람의 지령을 받아 학내 소요를 선동하지 않았냐는 것이었습니다.
문 : 그때 피고인 김준하가 순순히 자백을 하였나요?
답 :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검은 안경을 쓰고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나타나 김준하를 고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 어떤 고문을 하던가요?
답 : 처음에는 김준하의 옷을 모두 벗긴 후 매달아 놓고 스펀지방망이로 때렸습니다. 그러나 자백을 하지 않자 김준하를 작은 플라스틱 드럼통에 억지로 집어넣고 발로 굴렸습니다. 그래도 자백을 하지 않자 김준하를 거꾸로 매달아 놓고 주전자로 코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바른 말을 하지 않으면 똑같은 고문을 당하게 될 테니까 바른대로 말하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너무 무서워 검사가 시키는 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 : 그때 검사가 증인에게 물은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답 : 김준하가 김형태라는 사람을 만나 「남조선 혁명을 위한 행동강령」이라는 인쇄물을 받았고 학내 소요를 선동하는 지령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 : 그래서 증인은 검사가 시키는 대로 진술을 하였다는 것인가요?
답 : 예.

문 : 증인은 당시 피고인 김준하가 회장으로 있던 홍익문화연구회의 회원이었던 것은 맞습니까?
답 : 예.
문 : 당시 대자보에 붙었던 「민중의 노래」라는 악보는 증인이 입수하여 최경호에게 주었던 것인가요?
답 : 아닙니다.

문 : 그렇다면 「민중의 노래」라는 악보를 최경호는 어디에서 구한 것인가요?
답 : 그것은 제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문 : 당시 피고인 김준하가 증인이 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한 사실은 분명한가요?
답 : 예.

문 : 증인은 피고인 김준하가 마린시티호텔 804호실에서 김인환을 살해할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지요?
답 : 예.
문 : 전회의 공판에서 증인이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은 모두 사실이지요?
답 : 예.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피고인 김준하의 변호인은 신문해 주십시오.
 

역시 용훈의 창끝은 더욱 빠르고 날카롭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는 일. 기영이 다시 방패를 들고 나선다. 그러나 방패는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박기영(증인 박형기에게)

문 : 증인이 홍익문화연구회 활동을 할 때, 피고인 김준하가 「민중의 노래」라는 노래를 작곡한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답 : 그 노래를 들어 본 적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 : 조금 전 증인 최경호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최경호는 정해현으로부터 증인을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맞습니까? 당시 증인이 정해현이나 최경호를 만난 사실이 있었나요?
답 : 예.

문 : 당시 증인을 만난 정해현이 어떤 얘기를 하였나요?
답 : 홍익문화연구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회인지를 물었습니다.
문 : 단지 그것뿐이었습니까?
답 : 너무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그때 정해현이 「민중의 노래」라는 악보에 대하여 얘기를 한 적은 없었나요?
답 :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민중의 노래」라는 곡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면서 정해현이 그 노래에 대하여 얘기를 한 적이 있는가에 대하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가요?
답 :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 최경호는 「민중의 노래」라는 악보를 증인으로부터 입수하여 그 아래에 학내 소요를 선동하는 문구를 기재하여 증인과 함께 학교게시판에 붙였다고 증언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이와 같은 최경호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가요?
답 : (잠시 망설이다가) 그것은 최경호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문 : 증인은 김인환이 살해된 마린시티호텔 804호실에 피고인 김준하와 함께 있었다고 하였지요?
답 : 예.
문 : 당시 피고인 김준하가 샴페인병으로 김인환을 가격할 때, 삼페인병의 어느 부분을 손으로 잡고 가격했나요? 다시 말해 당시 피고인 김준하는 샴페인병의 주둥이를 손에 잡고 병의 몸체 부분으로 가격을 하였던 것이지요?
답 : 예.

문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당시 피고인 김준하는 샴페인병의 주둥이를 손에 잡고 병의 몸체 부분으로 후려치듯이 김인환을 가격했던 것이지, 병의 몸체 부분을 손에 잡고 내려찍듯이 병의 동그란 주둥이로 김인환을 가격했던 것은 아니지요?
답 : 예, 당시 김준하는 병의 주둥이를 잡고 때렸습니다.

문 : 당시 김준하가 가격한 신체 부위는 김인환의 머리 뒤쪽이었나요?
답 :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습니다.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피고인 박형기의 변호인은 신문해 주십시오.

강성모 변호사(증인 박형기에게)

문 : 피고인 김준하가 마린시티호텔 804호실에서 김인환을 살해하는 행동을 시작하기까지도 증인은 피고인 김준하가 마린시티호텔에 간 목적을 전혀 알 수 없었지요?
답 : 예.
문 : 또한 피고인 김준하가 사전에 자신의 목적을 증인에게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요?
답 : 예.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이것으로 증인 박형기에 대한 신문을 마치겠습니다. 잠시 휴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속개된 공판.

곽 판사 : 피고인 김준하의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신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증인 신경민 출석하였습니까?
신경민 : 예.
곽 판사 : 증인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 위증의 벌을 받게 됩니다. 증인은 선서해 주십시오.

박기영(증인 신경민에게)

문 : 증인은 마린시티호텔 영업부에 근무하고 있지요?
답 : 예.
문 : 증인은 마린시티호텔에서 김인환이 피살된 사실을 알고 있지요?
답 : 예.

문 : 증인은 김인환이 피살된 당일 자정 무렵 국회의원 정해현의 보좌관이었던 최경호가 호텔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낸 사실을 알지요?
답 : 예.
문 : 증인은 당시 사고 상황을 직접 목격하였나요?
답 :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고 사고 소리를 듣고 주차장으로 가니 최경호라는 사람이 사고를 낸 차에서 내려 제게 명함을 주었습니다. 당시 함께 있던 주차장경비원 박 씨에게는 얼마간의 돈을 주면서 사고 사실을 알리지 말고 연락하면 변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문 : 증인은 최경호로부터 돈 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답 : 예.
문 : 최경호가 무엇 때문에 증인에게 돈을 주었나요?
답 :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대가로 주었습니다.
문 : (이때 최경호를 재정하게 하여) 증인에게 돈을 준 사람이 지금 이 사람인가요?
답 : 예.

문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그때 증인에게 돈을 준 사람이 지금 이 사람인가요?
답 : 예. 얼굴에 난 점과 긴 머리카락 때문에 똑똑하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분명합니다.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검사는 반대신문 해 주십시오.

김용훈 검사 : 하지 않겠습니다.
곽 판사 : 피고인 박형기의 변호인은 신문해 주십시오.
강성모 변호사 : 하지 않겠습니다.

곽 판사 : 증인 박상훈, 나와 주십시오. 피고인 김준하의 변호인은 신문해 주십시오.
 

박기영(증인 박상훈에게)

문 : 증인은 피살된 김인환의 사체를 부검한 부검의사이지요?
답 : 예.
문 : 위 부검과 관련하여 몇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시 피살자의 직접사인은 무엇이었나요?
답 : 목의 자상에 의한 출혈과다와 두개골 골절상에 의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 : (이때 기록에 편철된 부검조서를 증인에게 제시) 증인이 말하는 두개골 골절상이라는 것은 이 부검조서에 나타나 있는 ‘후두부 중앙 두개골 함몰(직경 3㎝)에 의한 출혈’이라는 이 부분을 말하는 것인가요?
답 : 예.

문 : 여기에서의 ‘후두부 중앙 두개골 함몰(직경 3㎝)’이라는 것은 두개골 뼈가 직경 3㎝의 원형으로 부서져 함몰되어 있었다는 의미인가요?
답 : 예.
문 : 이와 같은 원형의 두개골 함몰은 주로 어떠한 도구에 의하여 생성될 수 있는 것인가요?
답 :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머리가 둥근 망치로 순간적인 타격을 가했을 때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문 : 이와 같은 두개골 함몰은 샴페인병의 주둥이를 쥔 상태에서 병의 몸체부분으로 후려치듯이 가격했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상처는 아니지요?
답 : 그러한 경우 병의 몸체 부분 면적이 넓기 때문에 직경 3㎝ 정도의 부분적인 함몰이 생길 수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부검 당시에도 생각했지만 두개골이 함몰된 원인은 망치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검사는 신문해 주십시오.
김용훈 검사 : 하지 않겠습니다.

곽 판사 : 이번에는 상피고인 박형기의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김준하에 대하여 신문하겠습니다. 박형기의 변호인은 증인 김준하에 대하여 신문해 주세요.

이때까지 눈을 감고 있던 김준하가 눈을 떠 짧게 말했다.
― 저는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곽 판사 : 증언을 거부할 경우,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곽 판사 : 증인 김준하가 증언하지 않겠다는 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성모 변호사 : 증인을 철회하겠습니다.

곽 판사 : 그럼 이것으로 증거조사를 모두 마치…….
박기영 : 판사님, 잠깐만요.
이때 기영이 곽 판사의 말을 중단시키고 나선다.
―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상피고인 박형기에게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박기영(상피고인 박형기에게)

문 : 살해 당시 마린시티호텔에서 피고인 김준하가 사용한 도구는 칼과 샴페인병 두 가지뿐이었고, 망치를 사용하지는 않았지요?
답 : 예.
문 : 망치는 상피고인이 사용한 것이 아닌가요?
답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때 어떤 도구도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문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그때 사건현장에서 피고인 김준하가 망치를 사용한 것은 분명히 아니지요?
답 : 예. 그때 김준하가 망치를 들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 이상입니다.

곽 판사 : 검사는 다른 증거가 있는가요?

김용훈 검사 : 증거관계를 다시 한 번 정리하기 위하여 기일을 속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용훈이 신청한 증인과 기영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모두 끝났다. 기영은 준하를 바라보았다. 준하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과연 준하가 살인을 했을까? 언젠가 교도소에 면회를 갔을 때, 모든 사람을 다 용서할 수 있어도 단 한 사람이 용서가 안 된다, 고 하던 준하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기영의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떠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 단 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김인환이 틀림없을 것이다. 지금 눈을 감고 있는 준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윽고 준하가 눈을 뜨고 기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일어섰다.

담담한 표정에 엷은 미소! 저 미소는 무슨 뜻일까. 승리했다는 의미일까. 최경호와 박형기의 자백으로 지난날 자신의 누명이 비로소 벗겨졌다는 회심의 미소일까. 자신이 공언했던 것처럼 법정이라는 굿판에서 꽹과리와 징소리에 한판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용훈과 기영이 찌르고 막는 창과 방패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던 것일까.

준하가 돌아서 나가고, 기영은 기록을 챙겨 일어섰다. 일어서며, 매번 그랬듯이 다시 방청석을 둘러보았다. 기영이 기다리는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땅에 없단 말인가.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이 재판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다니…….

법정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법원을 나와 사무실로 향하는 기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 박기영 변호사님이시죠.
― 예.
― 김준하 선생님과 관련하여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김준하라고……? 혹시 그녀가 아닐까? 기영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소녀의 목소리를 반추해보았다. 기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 누구시죠? 제 전화는 어떻게 아시죠?
― 자세한 것은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소피아’라는 카페입니다.

=====================================
― 연재 제41회 <여자의 비밀>는 2019. 7. 29.(월) 에 게재됩니다.
― 《다음 검색창》에서 『살인 교향곡』을 검색하시면, 지금까지 연재된 모든 연재물(연재 제1회부터 제40회까지)을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