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조 승 래

오랜 쓴 치아가 닳아
금속으로 보완해야 한다는데

입안에서도
석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로
문명의 발달사는 반복된다

조용!
아기 깰라,

치통으로 앓는 밤

아직
수렵의 시대라
단정하기엔
이른 시각

* 작가 노트

▲ 조승래(趙勝來) 시인

로마시대에도 가장 딱딱한 나무, 주목을 깎아서 빠진 이빨 사이에 끼워 넣어서 치아기능을 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연로하시어 이가 빠지고 송곳니 하나로 버티시던 분들도 보았는데 치아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보철을 끼우고 떼워 사용하기도 하지만 최근의 발달한 기술로 성행하는 것이 임플란트이다.

자연치아는 에나멜물질로 싸인 돌 같아서 석기시대를 연상하였다. 임플란트는 금속이 포함되어 있어서 철기시대라 생각했다. 입안의 진화가 진행되고 있어도 음식이 지나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말이 나오도록 해 주는 혀는 문명의 발달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잇몸으로 웃는 갓난아기를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꿈을 꾸면서 웃는 아기에게 이를 드러내면서 싸우고 험담하고 하는 어른들의 수렵사회에 가능하면 천천히 오도록 아기가 놀라서 잠 깨지 않도록 우리는 더 조용조용,

▲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 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지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