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오늘의 자작추천시> 홍진기, 끝물 고추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2.01  08:54: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끝물 고추 

                                                 홍 진 기

   
 
그 중에 쓸 만한 것
되작되작 골라 딴다
몇 번 손이 지나가면
인연은 다하는 것

가을해
서두는 오후
귓바퀴에 걸린다

나는 언제 한 번
아주 작은 끝물이 되어
잔등을 짚고 서는
가난한 영혼을 위해

따습한
가슴을 주는
한 줌 흙이 되었던가

* 작가 노트 

   
▲ 홍진기 시인
나는 언제 한 번 남을 위해 내 것 쉽게 내준 적 있었던가. 되돌아보니 나만으로 살아온 것 같다. 남을 위한다는 것은 분명 귀한 것, 값진 것이다. 그러지 못해본 이 옹졸함을 변명이나 괴변으로 또 나를 부끄러움으로 숨어들게 하는 것 같다. 궁색함만 더한다는 생각이다. 나만을 위한 도사림을 언제쯤 벗을 수가 있을는지. 참 멀고 어렵다.

고추밭에 들어 끝물고추를 따는 가을날 저녁 무렵. 손끝에 닿아오는 연하고 애처로운 끝물고추를 만지면서 나를 닮았구나 하는 생각, 말라가는 양심 ― 사람다이 살기를 되씹는 생각이 객쩍지나 않았으면……. 그래서 펜을 들고 고백을 풀어본 것이 이 졸품이다. 이 또한 나를 잘 봐달라고 떨어내는 변설임을 누가 모르랴.

『맹자』의 “천하의 걱정을 앞세운 다음에 비로소 자신을 걱정하고, 천하의 안락을 누린 연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안락을 헤아리는” 오롯한 선우후락先憂後樂을 들면 움츠려드는 자신을 추스르기도 더욱 힘에 겨울 뿐.

▲ 小井 홍진기

<현대문학>(1979.2.) 자유시, <시조문학>(80.가을) 시조 각 천료.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무늬>, <거울> 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 외.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김영미안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차성로303(동부리 187-1)/3F  |  대표전화 : 051-722-0316  |  이메일 : anteajun@naver.com, teajunan@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부산 아 00031  |  등록일 : 2009.3.17  |  편집·발행인 : 안태준  |  부울경뉴스 협동조합 : 안태준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 : 안태준)
Copyright © 2013 부울경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