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김 시 탁

뜨거운 삶은 상처가 있다
찢어지고 부러진 상처가 있다
상처가 상처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
살과 뼈가 녹는 고통 없이는 안 될 일이다

산소절단기로 강철을 자르고
용접봉을 녹여 부러진 쇠들을 붙인다
생살이 타고 뼈가 녹는 비명소리
매캐한 연기가 나고 뜨거운 불꽃이 튄다

한 번도 자신을 녹여
찢어진 상처를 때워보지 못한
절단된 사랑을 이어보지 못한 용접공 김씨
조선소 갑판 위에서 용접을 한다

상처가 상처를 보듬는 일
낯선 상처끼리 접 붙는 일
제 살 녹여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 작가 노트

▲ 김시탁 시인

상처는 상처를 더듬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상처의 깊이는 서로 끌어안고 뒹굴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살과 뼈가 녹는 고통으로 상처끼리 만나서
얼굴을 비벼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상처를 보듬는 일
상처끼리 접 붙는 일
제살 녹여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상처끼리 맞닿아 모서리가 조금씩 마모되면 새살이 차오른다.

발갛고 여린 새살이 굳어질 때까지
군살이 될 때까지
나는 그대의 상처를 보듬고 싶다.
내 생살을 떼어 접 붙고 싶다.

김시탁 시인은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2001년 《문학마을》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어제에게 미안하다』(2017년) 등 총 4권의 시집을 펴냈다. 2016년 창원시문화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창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