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수 있을까

                                               오 은 환

어제보다 빠른 듯 짧은 오늘
오차 없이 나이테는 돌아가고
변함없는 그들의 얼굴이
내게 몰려드는 이쯤

어제의 나를 버리지 못한 나는
오래된 생각이 가득 찬 나는
입이 없어지고 만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나를 버리기로
돌이킬 수 없는
오늘도 함께 버린다

슬픈 오늘이 흐느낌도 없이
가장 서러운 곳
어디론가 떠나가는 지금

잡을 수 있을까
서러워지기 전에
누덕누덕한 어제가 될지도 모르는
오늘을

▶ 작가 노트 

▲ 오은환 시인

새해라고 수선스럽게 며칠을 보냈다. 어느새 중순이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변함없는 어제와 오늘을 살아 있으니 살고 있다는 느슨한 느낌이다. 나는 그런 나를 보며 놀랍기도 어이없기도 하여 슬프기도 하다.

새로운 무엇을 계획하고 실천하다기 보다는 오늘로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느새 저녁때다. 어둠속에 들기 전에 하루를 잡고 싶다.

오늘의 기억이 누더기가 되기 전에.

▶오은환 시인은 2015년 《문예시대》, 2016년 《시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꽃잎을 숨기고』, 『 어디쯤에서 뛰어내렸을까』를 펴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