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관계

                                          김 시 탁

배롱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새가 날아와 앉을 때
가지는 둥치를 꼭 잡기 위해
잠깐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건 반갑다는 나무의 몸짓이다
온종일 서서 새를 기다리는 나무
떼 지어 날아올 새를 위해
날마다 잔가지를 늘려가는 나무
사람들이 모르는
그들의 관계가 아름답다
그 관계가 좋아
나도 몸을 흔들어 가지 하나를
뻗고 싶다.

* 작가 노트

▲ 김시탁 시인

새는 나무로 날아오고 나무는 새를 받는다. 새를 받기위해 나무는 기다린다. 잔가지를 늘려가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기다린다. 기다림은 그리움을 먹고 산다. 그리움은 기다림의 품안으로 안겨들 때 비로소 완성된다.

새는 기다리는 나무를 알고 공중에서 길을 낸다. 나무는 하늘로 난 길로 하염없이 키를 키워 하늘에 닿지 않아도 새를 부를 수 있다. 새들이 내려다보는 높이에서 나무는 제 키를 멈추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사람의 심장은 늘 부정맥이다.
두근거림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새를 기다리는 나무, 나무의 잔가지로 날아와 머무는 새들, 사람이 모르는 그들의 관계가 아름답다. 사랑이 앉을 자리를 위해 가슴을 데워놓는 그대가 아름답다. 그대의 가슴속으로 날아가 그대의 부정맥 심장소리를 듣고 싶다.

김시탁 시인은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2001년 《문학마을》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어제에게 미안하다』(2017년) 등 총 4권의 시집을 펴냈다. 2016년 창원시문화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창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