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기쁨

                                                조 승 래

▲ 사진 / 임재도

꽃게 매운탕 먹다 보니
항상 숨은 조연이 있어서
맛이 더 좋다는 사실은

틈새를 채워
꽃게 맛이 더 돋보이도록
허리 굽힌 새우가 있기 때문이라

맛의 깊이를 또 찾아가니
요리하느라 더 구부린 누군가의
손가락이 맛의 실체임을 알게 되고

아, 그래서
손가락 접어 한번 배운 숟가락질도
평생 갈 큰 기쁨이네요.

* 작가 노트 

▲ 조승래 시인

항암치료 뒤 입이 소태같이 쓰다는 친구가 음식의 맛은 잊어버리기로 하고 필요한 칼로리를 억지로 삼키고 산으로 들로 기어 다니다가 이제 직립 보행을 하는 그 친구의 완치 소식은 주위에 훈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게 사는 맛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맛이 그 원천이 아닐까?

인간미도 맛을 가지고 있다. 내가 숨 쉬고 살아있음을 아는 것은 맛을 알기 때문이고 이 맛으로 느끼는 기쁨의 이면에는 맛을 만들어 주는 정성어린 손길이 있기 때문이라, 드러내지 않기에 무심코 지나가면 절대 알 수 없는 고마운 사람들이 세상을 더 살만하게 만들고, 숨은 그 무언가가 살맛을 더 북돋아 준다.

새우처럼 구부린 손가락으로 만든 음식이 맛있고, 그 맛을 보느라 필히 몸도 숙이고 손가락도 구부려야 하는데, 공손하게 굽히면 상대도 공손하게 고개 숙이는 거울 같은 이치, 살아가면서 놓을 수 없는 그 숟가락, 누군가 함께 들어야 더 따스하고 포만해짐을 안다. 손가락을 보면서 백년 앞과 뒤, 모두 하나라는 생각에 물씬 솟아나는 그리움.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내생의 워낭소리』『타지 않는 점』『하오의 숲』『칭다오 잔교 위』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