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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작추천시> 홍진기, 빈집에 드는 달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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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0  09: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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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드는 달

                                                홍 진 기

   
 
댓돌에 걸터앉아 멍할 때가 더러 있다

저절로 열리는 문 적막한 달개지붕

달빛은
누인 모시필
물비늘을 덜고 있다

주인을 기다리겠지 오늘처럼 또 내일도

용마름 골이 패어 바람만 돌다 가는

울 엄마
다듬이 소리에
별이 뜨던 안마당을

* 작가 노트
   
▲ 홍진기 시인
추억은 눈물도 꽃으로 피는 것 아니겠는가. 어렸을 때 떠나온 고향이야말로 꽃 중에 으뜸일 터다. 젊었을 때야 바쁜 삶이라는 손쉬운 구실로 고향을 많이 잊고 살아왔지만, 시간이 넉넉한 오늘날에도 이런 저런 핑계로 외려 마음만 자주 찾는다는 편리한 변명만 늘어놓는 삶이니.

그럴수록 애틋한 마음은 한결 그리움을 돋운다. 내 어릴 때 대궐이던 초가, 아래위채에 뒷간, 지금이야 말하기조차 민망한 그 초라한 집이 날이 갈수록 애절하다. 게다가 할머니와 어머니가 마주하던 다듬이질이며, 다리미질은 눈물 나게 그립기가 한량이 없다.

할머니 무릎 베고 평상에 누워 내 눈빛 같다는 새파란 별을 보고 하늘꿈을 꾸던 그 여름 그 저녁은 어제보다 더 뚜렷하게 가슴 적신다.

새 주인을 맞은 그 집을 언젠가 들렀더니, 새 주인이 떠난 지 오래라는 그 아픈 소식이 이 작품을 만들게 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음을 누가 모르랴. 어쩌겠나. 폐가가 늘어가는 현실, 뒤뜰에 머리 풀고 선 내 앵두나무, 마당가에 서서 빈 집을 지키는 살구나무도 많이 늙어 아랫도리가 흐느적거림을.

 小井 홍진기 시인은 <현대문학>(1979.2.) 자유시, <시조문학>(80.가을) 시조 각 천료.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무늬>, <거울>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외.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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