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간호

                                              한상권 시인

북방의 얼음호수 차간호에 새벽 4시면 칼바람을 뚫고 마차가 도착한다. 얼음 밑에는 일억 년 전부터 북방의 별들이 이주해 산다. 여섯 벌의 옷을 겹쳐 입은 어부들이 손으로 툭툭 얼음별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쇠창으로 칠십 센티미터의 얼음구멍을 뚫고 이천 미터의 그물을 장대에 묶어 얼음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다. 평생을 일월의 호수에서 보낸 어부들은 영하 이십 일도에서도 능숙한 손으로 얼음 입구를 쥐고 얼음 속을 뒤흔든다. 순정한 말과 어부가 힘을 합해 얼음판 위 그물 나무를 돌리면 드디어 얼음 밑에서 별을 먹고 자란 물고기들이 수직으로 솟아오른다. 그것은 별을 이해하기 위한 사투의 과정이다. 늙은 어부들은 거침없는 기계 대신 나무와 그물과 가장 원시적인 몸짓으로 이 호수에 기대어 산다. 어부와 말과 호수는 모두 얼음별의 식구들이다. 

* 작가 노트

▲ 한상권 시인

아주 추운 겨울이면 생명체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하고 궁금했지만 겨울 차간호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나와는 기호가 달라도 차간호는 차간호의 이야기와 응집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내 일에만 갇혀 지긋한 자연의 이력이 부족한 내가 잠시 차간호 앞에서 아주 정밀하게 기다리고 있자 차간호가 나에게 조금씩 말을 걸기 시작 했다. 나는 나의 고통으로 살아간다고. 그렇다면 우주와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며, 때로는 그 고통의 끝이 따뜻한가, 그렇게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상권 시인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강원도 속초에서 성장기의 한 때를 보냈다. 1993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단디』(2015)와 2018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2018 세종도서(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된 청소년시집 『그 아이에게 물었다』(2018)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