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일지

                                               홍 진 기

손가락에 침을 발라 돌바위에 적는 이름

사람이 그리워서 쓰다가 지우다가

등대는
제살을 사루며
난바다를 바라본다

세상이 잠든 시간 멀리 갔다 오는 파도

고독에 흠뻑 젖어 진하게 엉킨 하늘

등대는
돌아오지 못할
영혼들을 또 부른다

* 작가 노트

▲ 小井 홍진기 시인

일상에서 몸과 마음이 쉴 만한 곳이 어디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나는 산과 바다가 아니냐고 되물어 보리라.
작년 봄 어느 맑은 날 마음통하는 후배들이 경치 참 좋은 섬에 가서 하루 쉬다 오자고 물어왔었다. 내사 거절할 아무런 이유 없기에 흔쾌히, 아주 기쁜 마음을 담아 드렸다, 행복한 고욤을 얹어.
날마다 그러했기야 하지만, 그날은 계급장 던져놓고 봄날처럼 봄풀처럼 봄꽃처럼 마음 편히 잘 놀고, 끝까지 즐거움 풍성 안고 다음날 돌아온 추억이 여기 있다.

봄꽃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봄 바다도 뒤질세라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데 한 치 반치의 양보가 없었다. 꽃을 가슴에 안고 바다를 바라보는 희열, 올망졸망 섬을 돌아 나오는 하얘서 한결 귀여운 노도선櫓棹船을 작은 섬과 아울러 볼 수 있다는 그 때의 그 별난 가슴의 벅참을…….

발아래 멀리 저만치 선착장을 지키고 선 등대가 내게 보내오는 알만한 시그널을 어찌 그냥 넘길 수가 있겠는가, 내 심약으로. 게다가 낮과 밤을 털어 한 짬 반 짬을 쉴 줄 모르는 경건한 그 봉공정신이며. 나는 봄날의 날빛에 내 경건을 담아 소롯한 내 마음을 보냈다.

크작은 물결을, 등대는 쉼 없이 맞고 있었다. 칭찬인지 매질인지 모를…….
 

경남 함안 태생.『현대문학』자유시, 『시조문학』시조 각 천료.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무늬』『거울』『빈 잔』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 외 받음.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위원. 한국현대시협 고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