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에 올라 

                                           홍안 서 수 정

가을비 촉촉이 내리고
다음날 금정산을 올랐다

동쪽으로는
수많은 빌딩과 호수가
서쪽으로는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과
노을빛을 닮아가는 낙동강이
유유자적 흐르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데
삶에 욕심은 왜 이리 많은 것인

지노을빛을 닮아가는 강물처럼
강물을 물들이는 노을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 자리에 우뚝 선 바위처럼 산다면
삶의 지름길을 택하진 않을 것인데

아마도 그런 삶의 길에는
예쁜 꽃도 피고
튼실한 열매도 맺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늦가을
곱게 물든 낙엽도 질 것이다

*작가노트

▲ 서수정 시인

전날 내린 비로 솔잎향이 더욱 짙은 금정산성 길을 걸으며 산 정상을 향했다. 한 주간 피곤했던 심신이 풀리는 듯하다. 땀에 흠뻑 젖을 때 쯤 다다른 산봉우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이지 감탄사 그 자체였다. 바위 위에 앉았다.
늘 그 자리에서 쉼을 주는 바위가 고마웠다. 저녁 길을 향하는 서쪽하늘의 노을빛이 곱다. 그 아래 잔잔한 강물도 곱다.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가는 세상이 아름답다. 나도 자연이 되고 싶다. 욕심 없이 그저 주어진 삶대로 살고 싶다.

서수정 시인은 월간『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하였고,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창작문학예술인협회, 한국예인문학, 부산문학인아카데미회원, 밀양문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수상으로는 전국 순 우리말 글짓기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