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조 승 래

식탁 위 쏟아진 물을 보고
나도 모르게 급히 휴지를 빼어 누른다

물관을 통하여 수분을 흡수하던
나무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재생된 몸으로도 잊지 않고
새로운 길 만들어 온몸
흠뻑 적시는 나무의 기억

맑다

* 작가 노트
컵이 넘어지면서 물이 식탁으로 쏟아졌다. 급히 휴지를 몇 장 뽑아서 누르니까 물이 흡수가 되었다. 그 흡수력을 보면서 종이도 기억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 순식간에 물을 흡수하는 것, 그건 생존을 위해 나무시절의 절박한 행위였다. 땅에 뿌리 내리고 먹었던 것이 물외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물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싶다.

얼음은 물이 동결된 상태이다. 얼음은 녹으면 다시 물이 된다. 종이는 분쇄된 나무에서 만들어 진다. 그 과정에서 뼈는 다 사그라지고 없다. 나무로의 재생은 불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은가 보다. 나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젖을 먹었던 기억은 나질 않는다. 어머니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안겨서 사랑받았으리라 추정한다. 아무 조건 없이 받기만 했던 그 사랑이 한없이 그립다.

▲ 조승래 시인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 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지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