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단상
 
                                                윤 혜 련

순천시 조례동 달동네
집집마다 가난과 애환이 처마를 맞대고
퇴락한 지붕에는 회색빛 파문이 인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에 햇살마저 없었다면
담장에 핀 민들레는 쓸쓸했을 것이다

공터에서 노는 아이를 부르는 
반찬 같은 엄마 목소리 집들은 불이 켜지고

늦게까지 야근하고 귀가하는 여공이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설 때
성당 꼭대기 십자가 불빛은 따스한 수신호를
보내지 않았을까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수돗가를 같이 쓰고 빨랫줄을 같이 쓰며
연탄불로 밥을 하고 방을 데우는
한 지붕 사글셋방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칸칸 방들에는 사연도 비슷하여
공장으로 날품팔이로 생계를 잇는 것
그들은 변두리에서 낮은 웃음으로 피어났지만
한 번도 슬퍼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달동네 이편
과 저편 가난했지만 꿈이 있어 인정의 등불을 켜는
그들만의 자화상이 서려 있었다.

* 작가노트

▲ 윤혜련 시인

 드라마 촬영지인 순천시 조례동 달동네오래된 빛바랜 슬레이트 집들과담장을 끼고 오르는 가파른 골목마다서민의 애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한 지붕 아래 여러 집이 세 들어 살면서주거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하루하루생계를 이어가는 그들의 자화상이 서려 있는 듯 했다.가파른 골목길을 돌면서 집 안을 들여다보고그러다 어느 집에서 누군가가 연탄불을 살피고 있을 것만 같았다.가난했지만 꿈이 있었던 달동네제 할일을 묵묵히 하며 성실히 살아 왔던 그런 달동네 사람들이오늘 날 문명을 밝힌 사람들이 아닐까.
▲ 윤혜련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출생. <문예감성 신인문학상> 수상. <시와 늪 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현 문예감성, 시와 늪, 김해문인협회 회원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