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방화범

                                                문 인 선 

앞집 청상과부
심장에까지 불길이 번져
어디론가 실려 갔다고 한다
필시 누군가가 불을 질렀다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 뒤 아파트 화단에는
앙상한 나목만 한 그루 서 있었다

*작가 노트

▲ 문인선 시인

아침 출근길에 청소부 아줌마가 무수히 떨어진 단풍을 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나목만 남겠구나 하는 상념, 오후의 햇살에 영롱히 붉은 단풍들을 보며 사랑의 불길도 저러할 거라는 상상이 일었다.

문인선 시인은 시낭송가이며 문학평론가이며 경성대학교 시창작낭송아카데미 주임교수이다. 부산시협, 통영시협 전국낭송대회심사위원장외 다수, 전 평화방송시해설과 낭송담당, 전국낭송대회심사위원장, 한중윤동주문학상 심사위원장외 다수, 문협회장상 외 다수 수상. 시집 『날개 돋다』 외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