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쓸며

                                                홍 진 기

혀끝에 감겨 도는 녹차의 여운 같은

봄처럼 피어오르는
여인의 향기 같은

안으로
익는 살내음을
나는 알고 있는가

해마다 이맘때면 무심히 뜰을 걷다

버릇되어 쓸쓸하게
낙엽을 쓸지만은

참말로
쓸어야 할 것을
나는 쓸고 있는가

작가 노트

▲ 홍진기 시인

요즘 들어 버리라는 말, 비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구나, 물욕을 버리고, 탐욕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말일 터다. 쉬우면서 어려운 비움의 미학.

곡간이야 벌써부터 없었으니 마음 쓸 일이 아닌 터고. 그러니 그 점에서는 안심 만만. 마음 든든 편하기 무한량이다. 무재물 상팔잔가? 내겐 생소한 말 곳간.

그런 상태니 다음이 자연 탐욕일 테니 명예욕, 권력욕이리라. 그게 말처럼 쉬운 일 아닌 줄이야 누가 모르랴. 거기다 노탐까지 덧댈 형편이니 그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 또한 진작 마음에서 멀어졌다고 스스로가 그렇게 믿고 있는 터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한데 이놈의 내 마음도 내가 못 믿는 이 불신이.

선비들의 집단인 우리 문단만 봐도 훤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엉뚱하게 낙엽을 쓸고 있지나 않는지 ...... .
나도 너도 우리도 ‘낙엽 밟는 소리가 좋은데’ 그 아름다운 나뭇잎을 쓸고 있으니 차암...... .

펜을 던지려고 하는데 물物, 그놈은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내 남루가 목에 걸리네. 탐욕을 부린다고 내게 올 놈이 아닌 줄 번히 알면서도 ...... .

<현대문학>(1979.2.) 자유시, <시조문학>(80.가을) 시조 각 천료.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무늬>, <거울> 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외.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