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전화 한 통

                                            송이 송 다 인 

▲ 사진 이용철(영도다리)

저를 기억하겠는지요
까마득한 소식을 접한다
뇌리 속에 잠든 이를 찾는 듯
격정과 희망만이
꿈틀대던 청춘시절
오동나무 방파제
부딪치던 파도소리
아직도
내 감성을 일깨우면서
그대 목소리로
윙윙 울려 퍼진다

따뜻한 서정으로 젖어든 음성
내 귀를 의심하면서
벌떡 앉아서 오뚝이가 된다

영원히 못 만날 수도
어디서 사는지도
아직 살아 있는지도
잊혀진 그리움과
인내한 세월들이
콩닥콩닥
청제비 나래짓에
덜덜 딸려서 온다.

＊ 작가 노트

▲ 송다인 시인

근 50년 만에 낯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청춘시절의 그대 음성은 나를 떨리게만 하고 있다.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심장은 콩닥콩닥 거린다. 7월의 폭염 속에서 그대는 옛사랑을 부채질한다. 방파제의 파도소리 사랑을 주고받던 항구의 연락선 여수 여객선을 향하여 힘껏 휘날리던 이별의 손수건. 그날의 그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풋풋한 청춘이 맨발로 밀물 쳐온다.

나는 너의 거머리가 될 거야… 모든 문들은 아직 열려 있는데 나는 남은 문을 굳게 닫은 채 안방의 커튼을 내리며 어색한 그대를 등지려 아득한 추억 속에서 포위망을 친다. 오늘도 나는 남은 생을 앓으며 끊임없는 침묵을 하여야만 한다. 왜냐면 고요한 물결의 파문이 두렵기 때문이다.

송다인 시인은 『부산펜클럽』 시 부문으로 등단하였으며 〈노천명〉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문협, 부산문협, 새부산시협 회원을 맡고 있다. 시집『영도다리』외 16권, 수필집『하늘은 나에게』1권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