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문단활동을 하는 변종환 시인이 새 시집 『풀잎의 고요』(2018년)를 펴냈다.

시인은 194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부산시인협회 제10대 회장, 부산광역시문인협회 제16대 회장 등을 역임한 부산문단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원로 중의 원로시인이다.

1967년 고교재학 중에 출판사 기획시집으로 첫 시집 『水平線 너머』를 상재한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시를 연마해 온 시인에게 이 시집이 몇 번째 시집이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 시집을 내는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세상의 끈질긴 술래처럼
곡진하게 시를 씁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따뜻하고 건강하게 변해갑니다.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시인의 말에는 구도자의 경건함이 느껴진다. 

심산유곡 유서 깊은 작은 암자 같은 곳에 들어서면 법당에 들지 않아도 저절로 숙연해지고 명상에 잠겨드는 느낌을 받는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런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춰 시로 깨달음을 얻은 정화된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다. 이외에 평설이나 다른 말을 덧붙인다면 그것은 불경이 될 것 같다.

이 시집은 제1부 겨울 운주사에서, 제2부 풀잎의 고요, 제3부 여행, 제4부 천문대 가는 길, 총 4부 67편의 시를 실었고, 이 시집에 실린 시 「풀잎의 고요」등 5편의 시노래 악보를 실었다.

이 시집의 표제시 「풀잎의 고요」 전문을 소개한다.

낮아져서,
한없이 낮아져서
풀잎에 부는 바람이 될까요

물처럼 바람처럼 낮아지면
가벼운 생이 되어
흐르는 구름으로 떠다닐까요

광활한 세상
오직 당신의 지순한 사랑에
젖고 젖으면서
내가 살아갈 수 있다면
가슴은 기도로 열려있는
길이 될까요

길가엔 향기에 젖어있는
작은 풀잎들이 깃털처럼 흔들리고
멀리 묻혀서 사는 사람의 마을
닫혀있던 문들은 활짝 열리겠지요

낮아져서
끝없이 낮아져서 내가 머무는 곳
풀벌레 소리에도
여린 눈물 자국을 남기며
떨고 있는 누군가의 말소리 들리겠지요

시집 「풀잎의 고요」
펴낸이 최장락, 펴낸 곳 도서출판 두손컴, 값 10,000원

* 본 도서는 2018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 기사제공 / 임재도 ;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