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함께 산다

                                                김 옥 희
 

▲ 2018년 3월 촬영

태양은 바닷물에 얼굴을 씻고
자신이 늘 가는 궤도를 뭍에서 나오기 위해 바쁘다
모든 생물이 잠에서 깬다 

더욱 바빠진 아침,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유치원 가는 손자 때문에 모두가 바빠진다

시어머니는 아이 재롱에 웃음바다 이루는 관객이 된다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삶은 주님의 은총이다
붉게 타오르는 햇살 속에 감추어 둔 축복이 임한다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다

잠시 흐른 세월인데 4대가 함께 산다
곁에서 지켜보시는 이가 미소를 짓는다

*작가 노트

▲ 김옥희 시인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궤도를 따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된다. 아침이 되면 모든 식구가 아이들 때문에 바빠진다. 얼굴을 씻겨야 하고 옷을 입혀야 한다. 특히 “유치원 가는 막내 손자 때문에 모두가 바빠지는 것”이다.
또한 어른들은 손자나 손녀들의 재롱 때문에 “웃음바다”가 된다. 이러한 삶을 고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잊혀져 가고 있는 대가족의 삶을 즐기며 산다.

결혼 후 곧 첫딸을 낳고 2년 터울로 아들을 낳아 시어머니 모시고 3대가 함께 살았는데 아들이 대학 졸업 전에 일찍 결혼하여 세 명의 손녀를 안겨 주고 마지막에는 손자까지 낳아 축복받은 성가정을 이루었다. 아들은 결혼 후 3년간 함께 살다가 분가하여 셋째 손녀를 낳고 3년을 독립세대로 살다가 큰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다시 본가로 들어와 지금까지 5년째 4대가 함께 대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의 자손을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 수처럼 융성케 하겠다는 약속이 저의 가정에 축복으로 내려주셨음에 감사드린다.

4대가 함께 사니 다른 집에서는 자주 들을 수 없는 ‘증조할머니’라는 소리가 매일 집안에 퍼져 행복한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김옥희 시인은 『부산시단』으로 등단하였다.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영호남문인협회, 우전문학회 회원이며, 부산남구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자전거에 꿈을 싣고』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