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목

                                                 민 훈 기 

근본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데
깊은 땅속에서부터 인연을 맺었는지
땅 위에서 서로 마주 보며 살아오다
팔다리 몸통이 서로 엉켜 한 몸이 된다

비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몰아쳐도
오가는 사람들의 시새움 속에서
인고하며 살아온 과거

초록이 무성한 봄여름에도
낙엽 지는 가을이나
앙상한 뼈마디가 시린 겨울에도
서로의 가슴을 맞대고 산다

이 세상 살 동안 변함없이
깊이 뿌리내린 연리목처럼
당신과 나의 영육이 하나 되어
영원한 안식처를 향하여 가고 있다

*작가 노트

▲ 민훈기 시인

부부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신앙인으로서 이를 하느님의 섭리, 즉 태초 이전에 하느님께서 미리 점지해 준 관계를 연리목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해 봤다.

혼인성사로 부부의 연을 맺은 지가 금년 11월 16일이 38주년 되는 날이다. 살아오는 삶이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바람이나 눈보라처럼 고통과 고난이 몰아치기도 한 삶을 살아왔다. 결혼 전 연애시절에 늘 신혼시절처럼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살다 보니 바늘과 실처럼 늘 내 곁에는 사랑하는 배우자가 함께했다. 여행도 취미생활도 신앙생활도 항상 같이하기에 때론 다른 사람들에게 눈총 아닌 시새움의 대상이 되어 질투도 많이 받았다.

때로는 봄이나 여름과 같은 날, 또는 시린 날이라도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해하며 신앙 안에서 아름다운 가정을 이뤘다. 신앙 안에서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 부부의 만남은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달랐지만 아름다운 인연임은 틀림없다고 믿는다.

가정은 삶의 근본이 되는 신앙의 원천이요, 삶의 터전이다. 이제 우리 부부 둘 다 이순이 넘어 노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사랑한다는 말만 들어도 아직도 설레는 마음만은 청춘이다.

민훈기 시인은 『부산시인』으로 등단하였다.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영호남문인협회 회원이며, 부산남구문인협회 사무국장, 우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사색하는 하루』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