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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작추천시> 홍진기, 빈잔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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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06: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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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잔

                                               홍 진 기

   
 
언제나 내 곁에는
빈 잔이 놓여 있다

가진 것 모두 담아도 차지 않는 이 잔을

단숨에
그대로 들면
은회색 허공이 된다


어쩌다 달빛 한 줄기
이 잔을 다녀가고

아내의 콧노래도 가끔은 들르지만

시대의
증언을 풀면
전쟁 같은 물이 고인다

작가 노트
   
▲ 홍진기 시인
식탁 위에 놓여있는 빈 물컵에 내 시선이 멎었다. 평소 어울려 들던 술잔과 그 이미지가 닿았다. 그날이 마침 쉬는 날이라 마음의 여유가 그 잔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더니 잔속으로 내 시심이 들어갔다. 아, 이거 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끝내는 이 졸품을 빚어내게 하였다. 내게는 큰 기쁨이며 고맙기 한량이 없는 일이다. 그날 아침 그 식탁에, 그리고 그 빈 물컵에 지금도 감사한다. 마음 가는데 물物이 따른 결과인가. 내게 귀한 물인 시詩를 나는 얻게 되었다.

쉬운 말로 마음을 비워내라고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물物로 인해 우리들 사람의 목숨까지 떨어졌다 붙었다, 죽고 사는 이 시대임에. 물이 없으면 마음이 편해서 좋긴 하지만 좀만 더 들어가면 괴변취급을 받을 것임을.

생각을 비우면 얼빠진 사람으로 전락할 것이기에 나는 이 잔에 마음을 채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진 물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겠기에. 전쟁 같은 물이 고인다는 현실을 역설처럼 담기로 했다.

* 小井 홍진기 시인은 경남 함안 태생.『현대문학』자유시, 『시조문학』시조 각 천료. 시집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무늬』, 『거울』, 『빈 잔』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 외 받음.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위원. 한국현대시협 고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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