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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작시> 조성범, 담쟁이 길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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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06: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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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길

                                                 조 성 범

   
 
평지는 꿈도 못 꿉니다
위험한 곳이지만 일러 준대로 갑니다
밑에서 큰 담쟁이 잎으로 받쳐주면
작은 담쟁이 줄기 파르르 한 손 뻗어 봅니다
직벽을 타며 붉으락푸르락
두려움에 적응하는 법부터 배웁니다
맨손으로 벽을 탈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충으로는 닿을 수 없는 끝에 이르자
파란 담쟁이 집 한 채 시선을 끕니다
욕망도 아니고 모험도 아닙니다
주어진 길에서 용기란 얼마나 장한 다짐입니까
내게 관대하지 않았기에
잠깐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벽에서
담쟁이,
아찔한 세상 담담히 굽어보며
천개로도 만개로도 부족했던
아버지의 심장 닮아갑니다
보세요 일제히 뛰는 저 잎의 박동을,

* 작가 노트
   
▲ 조성범 시인
직벽을 타는 담쟁이를 봅니다.
타고난 운명 앞에서도 그 길을 묵묵히 갑니다.
평지가 아닌 아찔한 세상의 길을 묵묵히 걷던 아버지의 모습 같습니다.
길 끝에 이르러 담쟁이 집 한 채 드디어 아늑합니다.

바람이 불자 온 잎이 파르르,
두려움과 두려움의 연속인 삶의 여정을 담담히 받아내시던 아버지의 심장,
저 담쟁이 잎의 수만큼이나 많아야 했을 겁니다.
담쟁이로 덮인 집을 보면 절로 탄성이 터집니다.
나도 용기를 내어 직벽 같은 세상 담담히 탈겁니다.
곧 담쟁이 집 한 채 지을 수 있겠죠

조성범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해양문학연구위원,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과정문학상, 부산문학상, 부산시단작품상, 보건복지부 수기·에세이공모전 최우수상 외 다수 문학상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갸우뚱』 , 『달그락 쨍그랑』 외 몇 권의 공저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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