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김 희 님

흐름 아닌 강물이 어디 있으랴
외진 기슭의 빈 가슴에라도
곡진히 흘러 적셔드는
깊음 아닌 흐름이 어디 있으랴
천지간의 절망이라도
채우고 채워 가득히 넘어서는

나지막이 낮추어 깊이를 더하고
스스로를 밀어내어 흐름이 이어져도
강물은 저 혼자 순수히 섧다
노을을 닮아 석양을 비낄 때도
울음을 보태어 갈 길을 재촉하느니
세상을 돌고 도는 외로운 구도
아득히 멀어지는 흐름이구나

*작가노트

▲ 김희님 시인

강가에 앉아 가만히 들어보면 슬픈 노랫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깊은 속은 들여다 볼 수도 없을거야
근심과 불안과 설움의 물풀이 자라고 있지는 않을까
헝클어지고 문드러져서 속이 다 썩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도 푸른 하늘을 안고 고요하게 흐른다
그래도 참 맑고 향기롭게 흐른다
굽이굽이 흐르는 가득한 강물이니까

김희님 시인은 계간『부산시인』에 시 등단하였으며 카톨릭 문예작품공모전 시 부문 수상, 카톨릭 문학인 백일장 산문 부문 수상, mbc 방송 문예작품 공모전 산문 수상, 세계적 명시명구 선정 시인, 현재 부산시인협회 편집차장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