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나비

                                          조 원 희

꽃잎에 앉은 너를 보며
푸른 잎사귀 구멍 숭숭 뚫는
징그러운 벌레를 기억하지 않는다

길고 긴 인고의 세월
견디기 어디 쉬웠으랴

동료들의 죽음
수없이 지켜보며
두려움에 떨던 가슴
훌훌 털어내고
살자고 기필코 살아내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숱한 나날들

네 날개 속에 켜켜이 쌓인
고통의 흔적
아무도 살피지도
알아주지도 않지만

아무려면 어떠냐
너는 지금
저 푸른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있는 것을.

*작가 노트

▲ 조원희 시인

노랑나비가 꽃을 찾아 헤맨다. 지금은 완연한 가을. 낮 기온이 치솟는다고 해서 가을이 아닌 것이 아니다. 이미 가을은 들판을 접수하고 하늘과 땅들을 장악하였다. 눈치 빠른 꽃들은 죄다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니 꽃들이 제대로 피어있을 리 없다.
더구나 나무와 풀만이 무성한 이 산길에 꽃을 찾아 헤맨들 꽃이 있겠는가.

감질나게 숨바꼭질하듯 수줍게 얼굴을 내민 작은 꽃송이가 양이 찰 리 없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노랑나비는 벌레이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지금의 삶이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자존심까지 망가진 그 옛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날고 있다는 사실. 그것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할 뿐.

조원희 시인은 월간 『문학도시』 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인이며 수필가이며 시낭송가이다.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문예지 「문심」 편집국장이며, 「호국보훈의 달 시 공모 참방」, 「호국보훈의 달 시낭송대회 장원」, 「영·호남예술축제 시낭송부문 대상」 을 수상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