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교향곡

                                               박 미 정

▲ 사진 최인숙, 단풍 길 위에서

바람결에 흔들리며
그리움의 암석을
무심코 깨는 가을

울어도 단풍인 걸
웃으면 더 붉을까

불꽃의 기억 속에
지문을 찍는 추억
다홍빛 선율은 슬퍼도 고와라 

*작가 노트

▲ 사진 최인숙

가을은 짓궂다. 떠나간 밝고 경쾌한 것들과 어둡고 슬픈 것들을 숨겨둔 암석을 찾아 풍화작용을 일으킨다.

붕괴하면 사라질 줄 알았던 입자들이 모자이크 한다. 외면할 수 없다. 숨을 죽이고 들키지 않으려 했으나 침식하지 않은 그대로의 틀과 빛깔로 살아나는 나의 그리움이다.
천년고도의 길 위에서 가을 교향곡을 쓴다. 형식을 다 뭉그러뜨린 소나타는 스피커 볼륨이 적당한 이어폰 속에서 아다지에토만 반복한다.

박미정은 시인‧수필가‧평론가이다. 2007년 <여성문학상 대상>, 2011년 <부산문학상 대상>, 2014년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제라늄의 분홍미소』외 7권, 수필집『해무를 벗기다』, 저서『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등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