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나무

                                               오 은 환

바라만 보았는데
수줍어
붉게 물들었고
마음이 닿기도 전에
붉은 잎
우수수 떨어지고

이 일을 어쩌나
마음 다 내어준
가을 속의 그 나무
우두커니 눈물이 차오르는
나무의 일생이 흩어지는
어둠이 아니기를

연초록 눈빛이 그리우면
그립고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하기를

*작가 노트

▲ 오은환 시인

나무들의 겨울과 봄, 여름, 가을이 얼마나 힘겨울까, 하고 바라본다. 한겨울 찬바람을 견뎌내는 인내와 살갗을 찢어내는 아픔으로 가지를 흔들어 연초록 옷을 입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 내어주는 삶일 것이다. 나무의 일생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연초록의 환희와 무성한 젊음과 붉게 타오르는 사랑과 이별, 나무도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하며 살지 않았을까?

오은환 시인은 강원도 횡성 출생으로, 2016년 『시선』으로 등단하였으며 부산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여성자원봉사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고문이며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산중구부회장이다. 대통령표창장 외 다수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꽃잎을 숨기고』외 1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