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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뉴스 디카수필> 김두선, 우리는 열여덟 나이차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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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2  0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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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여덟 나이차

                                                김 두 선

   
 
언제인가부터 비장애에서 장애인으로 분류되고 말았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사람. 내가 앓고 있는 것은 운전 장애이다.

백 몇 십 년만의 폭염이라는 올해 여름. 이 지겨운 날들을 끝내듯 어느 하루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빗속을 달릴 수 있다면...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법인가. 전화벨이 울렸다. 드라이브를 가잔다. 나보다 세 살 많은 어머니가 있다는 그녀. 하지만 아코디언 주름상자처럼 열여덟 나이차를 접어버린 우리는 쿵짝이 잘 맞는 친구다.

내게 줄 꽃도 한 다발 싣고 왔다. 얼굴을 꼭꼭 숨긴 백합 다섯 송이에 조화처럼 싱싱한 유칼립투스가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처럼 단아하다. 모두 칠천 원이에요. 싸죠, 하는 말끝에 내 머릿속 계산기에는 영이 하나 기분 좋게 더 얹어진다. 허세 없는 그녀가 좋다.

비 오는 날, 나와 벗하러 온 젊은 친구가 과분하다. 그런데 윌리엄 폴 영의 장편소설 <오두막> 한 권까지 건네준다. 이럴 때 횡재했다고 해야겠지.

송정 해변 깊숙이 자리 잡은 어느 커피숍에 도착했다. 수영장 분위기를 연출한 야외 테이블이 눈길을 끈다. 한 번 와 본 곳인데 나와 함께 오고 싶어서 점찍어 둔 곳이란다.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나이 차이를 못 느껴요. 그녀의 말에 내가 응답한다. 나이 값을 못해서 그래요. 까르르 꺽꺽. 넘어갈 듯 웃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커피숍 천장에 부딪혀 흩어진다.

우리는 요즘 이슈가 되는 정치 경제 이야기, 꿈이 없이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교육문화에 대한 걱정, 신앙관, 독후감 쓰기, 유럽여행 계획 등, 경계 없이 넘나드는 열띤 수다에 얼굴마저 달아올랐다.

그날의 마지막 방점은 ‘취미’에 대한 것이었다. 취미란 생각날 때, 혹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세 가지 개념 정의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기적이고 둘째, 지속적이고 셋째, 점진적일 것. 말하자면 취미에도 기획이 필요하다는, 우리 딸에게서 얻은 TIP이었다. 그리고 풍성하고 색깔 있는 삶을 위하여 우리는 다음 만날 때까지 그 ‘기획’이라는 것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화병의 꽃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인터넷 정보였다. 십 원짜리 구 동전을 몇 개 넣고 설탕 조금을 넣어주면 훨씬 활력 있고 생명력이 길단다. 식물 돌보는 데 젬병인 걸 알고 있었나? 소중히 잘 챙겨 오래 두어 보리라, 작심한다.

   
 
퐁당. 퐁당. 퐁당.
동전 세 닢이 꽃병 바닥에 떨어져 눕는다.

   
▲ 김두선 수필가
김두선 수필가는 부경수필문인협회와 수필과비평 부산지부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KBS ‘내 마음의 선생님’전국공모전(2016), 블루시티 거제문학상(2017) 은상을 수상하였고 2018년에는 수필과비평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다.

* 부울경뉴스에서는 《디카수필》 원고를 모집합니다. 디카사진과 함께 편집한 원고를 보내주시면 검토를 거쳐 부울경뉴스에 소중하게 게재하겠습니다. 디카소설과 디카동화도 모집합니다. 작품을 보내실 때는 간단한 작가프로필과 함께 연락처(휴대전화), 메일 주소를 기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원고 보낼 곳 sense68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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