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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작추천시> 이숙경, 뒤에게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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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0  07: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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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게

                                               이 숙 경

   
 
수십 년 맹인처럼 손질로 길들인 곳
필라멘트 끊어진 알전구 같은 뒤통수에
거꾸로 매달린 머리를 한 줌씩 빗어 내린다

뒷모습 보실래요, 잘 닦인 거울 속에서
고스란히 맞는 나를 눈동자에 담는다
생각을 가위질하던 푸른 날이 번뜩인다

안간힘으로 가는 길 얼마나 온 것인가
앞에서 벌이는 일 군말 없이 뒤를 봐준
등 뒤에 두 눈 하나쯤 나눠 달고 싶은 날

* 작가노트
   
▲ 이숙경 시인
뒷모습 보실래요? 왼손 가위질이 능숙한 미용사가 잘 다듬어진 나의 뒷모습을 보라며 손에 거울을 쥐어 주었다. 잘 닦인 거울 속에서 맞이하는 뒷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수십 년 동안 뒷모습에 거울 한번 비춰주지 않고 살았다니. 필라멘트 끊어진 알전구 같은 뒤통수를 늘 더듬거리며 맹인처럼 길들여왔다. 눈에 보이는 앞모습만 가꾸고 앞에서 일을 벌이는 동안 군말 없이 따라준 뒤여! 그 뒤를 위하여 등 뒤에 두 눈 하나쯤 나눠 달고 위로해 주고 싶은 날이다.
 

이숙경 시인은 전북 익산 출생으로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조집으로 『파두』, 『흰 비탈』, 시론집으로 『시스루의 시』를 펴냈다. 2015년 대구시조문학상을 수상했고,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작가이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대구시조시인협회 이사, 영언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동초등학교 교사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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