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돌이 

                                               성 흥 영

눈물은 슬픔의 입자를 머금은 채 탑을 돈다
탑 속에 박제된 아비지*의 눈물이 범종이다
탑을 도는 어깨 위에 종소리가 살포시 앉으며
사랑의 닻을 내린다
탑, 그것은 별이 땅에 떨어질 때 사람과 처음 만나는 곳
탑, 그것은 사람이 별에서 태어나 지상으로 내려올 때
낙하지점이라는 것
죽도록 기다려서
죽도록 사랑해서
발맞추어 함께 걷던
아, 폭죽처럼 휘황찬란하게 솟아난
시월의 마지막 밤을 잊지 못하지
헬 수도 없는 영혼의 퇴적
삶과 죽음의 경계에 피는 저 탑은
은하의 별처럼 지고 마는 걸
적멸의 허공에 있는 사리를 품고 그녀는 탑을 돈다
소리 내어 울지 못한 채
별빛 아래 눈부시게 타오르다 스러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무지갯빛 종소리도
탑을 도는가

* 아비지: 황룡사 구층탑을 지은 백제의 건축가

*작가 노트

▲ 성흥영 시인

꽃이 피면 반드시 지듯 별도 핵 연로가 다 떨어지면 죽는다. 그러나 흰 색깔의 작은 별이나 아니면 중성자 별로 남게 된다. 별들이 죽을 때 방출된 물질이 모여서 다음 세대의 별들을 탄생시키며 우주를 밝혀가듯 사람도 죽음이 죽음이 아니고 죽음이 곧 탄생이며,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간다. 황룡사 구층탑은 이웃 아홉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목적이지만 탑을 쌓는 인간의 행위 자체는 영원한 고향인 별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열정이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이다. 백제의 유명한 장인, 아비지와 그를 사랑한 나머지 죽음까지도 초월한 백제 여인 간의 러브스토리를 상상하면서 지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무지갯빛 종소리는 제2의 탄생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람의 만남도 언젠가는 이별인데 만나는 인연도 소중히 여겨 맛나게 사랑하다가 별처럼 사라지리라.

※ 상투머리의 상투 어원은 상두上斗로 북두칠성의 북두를 말한다. 예부터 내려오 는 칠성신앙으로 나의 마음과 하느님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상투를 틀었다. 고 래로 우리나라는 천손민족이며 천문학이 일찍 발달되었다.
환단고기에 기록되어 있는 서기전 1733년에 일어난 오성취루현상이 천문학적으 로 증명되었다. 오성취루五星聚婁란 화성 수성 토성 목성 금성 다섯 행성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성흥영 시인은『실상문학』시 부문 등단하였으며 실상문학작가회 초대회장, 실상문학 본상, 문예시대 아카데미문학상, 부산시단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아마도 내 전생은 나비였어라』외 2권, 저서로 『붓다여, 새벽의 깨침이어라』등을 상재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