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

                                                조 원 희

▲ 사진 조성일

해변을 찾은 아이들이 새우깡을 던져준다. 갈매기들은 고사리 손으로 서너 개씩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수십 마리씩 떼로 몰려든다. 하늘과 바다는 서로 껴안고 떨어질 줄 모르고, 그들의 새파란 몸뚱이 위로 은빛 해변이 순한 아이처럼 누워 있다. 무대에서의 무희들처럼 새하얀 날개로 펼치는 갈매기들의 군무에 덤으로 얹어지는 동심.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아름답고 장엄한 순간이다.

며칠 전 인근 바닷가에 다녀 온 아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 주었는데 한 갈매기의 부리가 낚싯줄에 친친 감겨져 있었어요. 그러니 먹이를 먹지도 못하고 바짝 야윈 몸으로 입방아만 찧고 있었어요. 다가서면 겁을 먹고 달아나 낚싯줄을 풀어 줄 수도 없었어요.”

아들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친구들에게 마음을 다친 외로운 아이다. 자신의 지난날을 보는 듯 마음이 아렸나 보다. 갈매기들은 단지 새우깡을 먹기 위해 아들에게로 날아들었겠지만 상처 입은 외로운 아들은 갈매기들이 자신을 향해 모여드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갈매기 철만 되면 새우깡 봉지를 들고 바닷가로 달려가곤 했다. 갈매기들의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상처 난 가슴을 지닌 그 아이에게 갈매기들은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새우깡을 던지는 그 누군가도 우리 아들처럼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가엾은 갈매기를 살려주려고 발을 동동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살려주려고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몸과 마음이 다친 갈매기는 사람이 무서워 도망가기 바빴던 것이다. 부리에 낚싯줄이 친친 감긴 그 갈매기는 아마 며칠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죽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바다도 하늘도 여느 때처럼 늘 푸르다 흐리다 할 것이고, 어쩌다 보게 되어 가슴이 아렸던 사람들도 남의 일처럼 쉬이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누가 가엾은 이 갈매기의 부리에 낚싯줄을 친친 감았을까. 시커먼 기름을 덮어 쓴 채 강변에 쓰러져 있던 새들은 또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얼마 전 모 신문 한켠에 쓰레기로 뒤덮인 아프리카의 가나해변이 실렸다. 페트병과 비닐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사람과 물새들에게 쉼터가 되고 놀이터가 되어주던 순하고 아름다운 해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 세계의 바다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되면서 사람이 먹는 생선에서도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대거 검출되고 있다고 매스컴은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검은 물이 흐르던 강들도 이제는 물고기가 뛰노는 맑은 물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면 우리 인간도 존속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까닭일 것이다. 자연은 뭇 생명들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들이 더 이상 삶을 지탱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우리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람과 하나 된 자연, 갈매기들의 군무에서 희망의 날갯소리가 들린다.

조원희 작가는 월간 『문학도시』 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이다.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문예지 「문심」 편집국장이며, 「호국보훈의 달 시 공모 참방」, 「호국보훈의 달 시낭송대회 장원」, 「영·호남예술축제 시낭송부문 대상」 을 수상했다.

▲ 조원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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