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황 시 언

새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장대 끝에 잘 익은 토마토 두 개를 걸어 놓았다 며칠 전 새끼 네 마리를 부화시킨 직박구리 부부를 위해 남편과 나의 심장 한 조각씩을 도려내어 걸어 둔 것이다 풍장이 시작되었다 풍뎅이의 만찬이 시작 되었다 심장은 미동하지 않는다 햇살은 늦잠, 바람은 구름을 문상객으로 불러 모으느라 기별을 나갔다 어둠이 채 눈물을 거두지 못하는 시간 하늘과 땅 사이 남편이 걸어 놓은 심장은 티베트고원의 조장만큼 그 자태가 붉다

* 작가노트

▲ 황시언 시인

귀촌 6년을 맞고 있다.
서른 해를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지내다가 가정사로 인해 고향을 다시 찾아 왔다.
어릴 적 정서와 낯익은 이웃사촌들은 모두가 떠나고 없다.
그저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이라는 시작점에서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고 열정을 불러들이기에 좋았던 시간 동안, 두 번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농사를 지어본적도 구경을 해 본적도 없었다.
결혼을 하였지만 그 또한 책벌레로만 시어른님께 인식되어져 단 한 번도 들에 나가 본적이 없었다.
그렇게 갑자기 시골로 옮겨와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 수천 평의 단감나무 과수원에 안식처를 짓고 살게 되었다.
마냥 신기했고 모든 것이 호기심 천국 이었다.
무엇이건 심으면 났고 얻어 졌으니 보람도 컸다.
그렇게 삼사년을 지내다보니 목이며 어깨뼈가 바닥이 났고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산다는 일이 모두가 이러했다.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마음먹은 대로만 이루어지고 얻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도시의 힘듦을 시골에서 채워보자던 순수했던 욕심은 육체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올해는 지난해 300포기를 심었던 고추를 5포기로 줄였고 감나무 농사도 모두 포기 했다.
매실농사까지 포기하다보니 여기저기 단골고객의 원망도 듣고 있다.
이른 새벽 대장이 오골계의 집 앞에 잘 익은 토마토를 따서 걸어 두었다.
달팽이와 벌레가 먹다 남은 붉은 것들이다.
잘 익은 열매는 언제나 새들과 벌레가 먼저 드신다.
이 또한 다행이고 고맙다.
하늘이 가꾸신 열매는 늘 나눠 먹어야 한단다.

황시언 시인은 함안 군북 출생으로 계간 『시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와 『예쁜 예감』이 있다. 현재 사회복지사와 고향 신문사에서 문예부기자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