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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작추천시> 김동원, 시인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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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9  08: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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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 동 원

   
 
남 다 가는 길 시인은 그런 길로 가는 게
아니야,
처음 보는 길 캄캄한 길 되돌아올 수 없는 길
누군 뭐 다 알고 가나, 가다 보면 알겠지
그렇게 가다 보면 달빛도 나오겠지,

안 나와도 못 갈 것 없지
길 없으면,
길 보일 때까지 눌러앉아 쉬면 되거든,
무작정 쉬는 재미 세상사
깜박 다 잊고
구름에 기대 쉬는 재미

여자 꽁무니도 한 번 따라가 보는 거야
모든 게 그 계곡서 흘렀으니,
혹, 그 길 보일지 누가
아나,

올라도 타 보는 거야, 그 상상력의 쾌미 속에, 그러다 안 되면
산도 들이받아 보고, 그 아래
처박혀도 보고
한밤중 술병을 들고 신 앞에 나서
버둥거려도 보고,

그래도그래도 풀리지 않거든,
그 이른 첫새벽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꺼이꺼이 해를 안고
다 타도록 울면 되지, 이제 알겠지
남 다 가는 길 시인은,
그런 길로 가는 게 아니야

* 작가 노트
   
▲ 김동원 시인
생각건대 우주는 한 편의 시다.
밤하늘 아름다운 달빛을 보라!
그 빛에 귀를 열면 스스로 드러나고 감추는 소리가 시다.
하늘의 뜻을 대지의 언어에 담는 그릇이 시다.

하늘과 땅! 이 천지만물의 흐름은 기(氣)다. 기는 음양을 생하고, 음양은 태극(太極)을 생하고, 태극은 무극(無極)을 생하고, 무극은 원(圓)을 이루고, 원은 선(線)을 이루고, 선은 점(點)을 이루고, 점은 소리를 이룬다. 하여, 시는 사계(四季)의 흐름과 변화를 가늠하는 시(時)다. 그 시간의 운행과 사이의 뭇 생명들은 시를 기다린다.

대저, 천지창조의 시법(詩法)은 무량하다. 모든 사물의 근본은 하나지만 저마다 생긴 모양이 다르듯, 시법은 한 곳으로 귀착되나 그에 이르는 길은 천만갈래이다.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없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닌 세계, 그것이 시다. 유(有)가 유가 아니며 무(無)가 무가 아니듯, 시는 물질이자 에너지이다.

내가 생각하는 시란 그저 언어예술의 차원만은 아니다. 언어 이전의 사물과 실재의 비밀은 억겁을 통해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생기(生氣, 生起)에 있다. 시는 이런 생생한 기운과 일어남, 사건 그 자체다. 찰나에 떠오르는 생각의 기미(機微)와 기색, 기척은, 시인이 아니면 잡을 수 없다.

하여 시인은 시신(詩神)과 접하거나, 시마(詩魔)에 들리어 귀신도 반할 귀시(鬼詩)를 짓거나 귀경(鬼景)을 펼쳐 보인다. 시의 예지가 번뜩이는 광인(狂人)이야말로 다름 아닌 시인이다. 시구 한 자를 빼면 우주가 무너지고, 시구 한 자를 더하면 한 우주가 생겨나는 묘처가 시이다.

시는 한바탕 무의식의 꿈이라도 좋다. 그 꿈을 깨고 나면 형(形)은 상(象)에 숨고, 상(象)은 다시 형(形)에 숨느니. 형상은 호흡에, 호흡은 형상에, 이것은 저것에, 저것은 다시 이것에 숨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인연이 바로 시다.

김동원 시인은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1994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구멍』, 『깍지』외 다수. 평론집 『시에 미치다』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태양셰프」당선.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협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시창작 교실 운영.

* 부울경뉴스『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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