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장마철

                                                최 인 숙
  찬 바다 위로 지나가는
장맛비 속에서
환상의 무대를 장식한
태종사의 뜰 아래
종횡무진 보랏빛 다발 꽃
빗 다발을 받는다
후렛쉬처럼 쏟아지는
현란한 빗줄기가 강물의 범람이듯
다발다발 속으로 흘러내려도
고운 자태
흐트러지지 않는 꽃, 회색 커턴 같은
해무 속에서도
음각의 꽃빛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고
화사함은 천상 너의 것이다
뜨거운 태양을 기다리며
즐기리라
수국의 장마철이 제 것을 해갈할 때까지

*작가 노트

▲ 최인숙 시인

비오는 날의 수국화 부산 태종사에서 만나다
이 자태 그대로 연두빛을 품은 청자빛깔의 빛을 쏟아낸다
때 아닌 빗줄기 장맛비가 얄궂네 해도 다시 바라본 꽃잎 햇살을 받는다
한 송이만 있어도 바라보기만 해도 가득하고 풍성하다
나는 이 수국을 수묵채색화처럼 흔들리지 않는 몸을 던져
피어나는 꽃이 아닐까
장맛철이라 해도

최인숙 시인은 계간『부산시인』을 통하여 등단하였으며 현)부산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부산포토클럽남사회 회장이다. 다수의 사진전을 열었고, 오륙도백일장 장원, 세대공감문예한마당 금상(수필)을 수상했다. 시집으로『흙비』외 2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