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戀戀

                                              김 숙 이

어느 추운 날 당신이
밤길에 갈 길은 멀고
두 손이 시리우시다면
따스한 모닥불로
당신 가까이서 지피고 있을 터여요

여름날 당신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유로
가쁜 열기에 방울땀이 맺히시면
청량한 바닷물 되어
당신 가까이 찰랑이고 있을 터여요

하늘이 눈부신 날에
사람이 못 견디게 그리워서
편지를 쓰고 싶으시다면
작은 우체통 되어 당신 곁에 가만히 서있을 터여요

* 작가노트

▲ 김숙이 시인

가장 빛나던 청춘시절, 온통 그이에게 집중되던 시간이 있었다. 그이가 나를 생각하며 주운 동해안 바닷가 하얀 조약돌에 난 왜 그리도 감격했을까. 순수하고 풋풋했던 20대. 그리운 시절로 돌아 갈 순 없어도 낡은 일기장 속에는 선명했던 감정이 남아 있다.

김숙이 시인은 대구출생으로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2004). <천상병문학제>에서 시사문단 문학상 대상 수상(2005), 논문집 『백석 시 연구』(2011)를 펴냈다.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일일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