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달린 금붕어

                                                  정 진 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날아다니며 살아가고 기어 다니며 살아가고 헤엄치다 펄떡이며 살아가고 걸어다니며 뛰어다니며 살아가고…… 그러다 어느 날 눈 녹듯 사라져야 할 것이다

땅을 파면 판 깊이만큼 깊이 있게 사는 것 같아 연못을 만들 만큼의 깊이로 팠다 그 후 여기저기 걸어다녔다 길가에는 금붕어를 사면 물과 수초를 끼워주는 가게와 물을 사면 금붕어와 수초를 덤으로 주는 가게가 나란히 있었다 균형을 맞추어 한 가게에서는 금붕어를 옆 가게에서는 물을 샀다 그리하여 연못은 완전해졌다 금붕어의 삶도 연못과 어우러져 완전해졌다

나의 삶은 금붕어의 삶만큼 완전하지 못했다 작은 금붕어는 괜찮았는데 큰 금붕어는 연못을 흐려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내 삶을 보정하기 위해 연못을 수정했다 연못의 수정에는 물과 수초 외 시멘트를 필요로 했다 이로 인해 금붕어의 아가미는 힘들었고 금붕어는 괴로웠다 뿔이 달린 2세를 생산하고 죽을까 생각하다 온전한 자연을 택했다

*작가 노트

▲ 정진실 시인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요즘은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릴 적엔 봄철에 시야를 흐린 것은 송홧가루 등 꽃가루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인간의 편안함과 편리함의 추구에 따라 자연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나 자신도 연못의 흙탕물 정도를 참지 못했다. 훗날에는 또 무슨 환경문제가 일어날까 미리 걱정이 된다.

정진실 시인은 『문학도시』를 통해 시 등단, 『부산시조』를 통해 시조 등단하였으며 현재 기장문인협회 사무국장이다. 시집으로 『봄밤의 바다는 하늘이 되었다』를 상재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