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심장

                                                김 상 윤

1
저녁이 왔다
반달칼을 높이 들고

창 닫으며 칼날을 본다
밖은 저녁인데 내 안은 어둠이다
두 개의 등불로 빛나는 어둠

한 가슴 속에 두 개의 등불이 빛나는
것은 사랑의 기하학* 때문이랬다
동사와 서독**이 인생을 떠돈 것은
펄서 같은 그대의 심장을 오른 쪽 가슴에
받아 안지 못했기 때문

반달칼은 심장을 도려내기 좋은가요
저녁은 질투하는 걸까요

2
다시 저녁이 왔다
굵어진 반달칼을 들고

창 닫으려 하늘을 본다
오늘은 둥근칼이 의심을 따라와
오른쪽 심장을 도려낸다

피 흘리며 심장 공중에 떠오른다
남쪽 하늘에 붉은 달이 떴다

* 심보선의 시 [지금 여기]에서 변용
** 영화 [동사서독]의 인물들인 동사와 서독

* 작가 노트

▲ 김상윤 시인

어느 날 저녁에 보았던 반달은 칼날처럼 보였다. 왜 그렇게 보였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푸르고 투명한 대기 때문이었을까? 내 마음이 원인이었을까? 공중에 떠 있는 칼날을 보는데 왜 내 심장이 생각났을까? 그때 내 마음이 아팠던가? 마침내 달은 피 흘리는 심장이 되어 남쪽 하늘로 솟아올랐다.

김상윤 시인은 영월에서 태어나 구룡포에서 소녀시절의 한 때를 보냈다. 2002년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 고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구 시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그대 손은 따스하다』(2003),『슈뢰딩거의 고양이』(2012)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