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로라의 사랑

                                                손 은 교

스러지는 달빛마저 끊긴
한 무더기 어둠, 저린 섬광으로 사그리 태워
별로 떨어지는 가슴만 한껏 있는 줄 알았습니다

홀로이 서성대다 신이 허락한 깊이로
몰아내는 귀향은 주름 하나 더 얹는 영혼일 뿐
끝없이 끝없이 외롭다 그늘지는 그리움이더니
연등 부신 태초의 뜰을 오늘 보았습니다

목숨 안에서 점점 갈 길을 잃어가던
울컥이는 노정 불현듯
저물어 가는 하늘가에 엄숙한 눈빛 돋우어
혼불이 된 그 바다는 맨살로 춤을 추었습니다

긍휼한 액자에 가둬두었던 세월 오랜 걸음
하얗도록 하루를 풀어 한달음 기대고픈
그것은 오직 섬겨야 할 길이었습니다

잊어버린 기억을 헤는 산비탈 가지마다
소리 없는 글썽임으로 애린 기다림 늘어두고서
천년의 전설로 드리워진 찬미는 어느새
한여름, 벼린 절정을 닮아 있었습니다

정작 유유幽幽한 사람은 원막치지遠寞致之일지라
밤이 훤히 익어 열린 저 바람소리의 바다는
성하盛夏를 건네받아 한사코 앓고 있었습니다

❚ 작가 노트

▲ 손은교 시인

바람길의 이별들 별무리에 들었다.
앓을 만큼 앓아야 쏟아진다.
사랑도 이별도 시간과 운명이란 화신, 
피 더운 눈물로 아름답게 아파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존재한다. 
다른 모든 것은 기다림에 불과할 뿐이라고
칼리지브란이 말했듯이
삶을 걸어가면서 자신에게로 반드시 회귀할
내면을 명경처럼 직시 할 줄 아는 善의, 禪의,
앓이가 아름다움이고 그것이 절대적이며
진정한 안식처이다.
성찰의 푸른 여백 등에 업고 오는 전속력의 사랑, 
늘 바라보고프다.

손은교 시인은 부산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의 <해동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월간 국보문학편집위원, (사)한국국보문인협회 문예진흥연구소장, (사)강변문학낭송인협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해동문학 부회장, 부산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2007년 올해의 작가상, 백호임제문학상 대상, 을숙도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시집으로는 『25時의 노래』외 공저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