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의 일침

                                         백당 전 대 홍

▲ 사진 장천스님

가을꽃 꿀 사냥 한창인
호박벌에게 물었다

너하고 나하고 누가 잘났니
개뿔 뻐기기는
나 먹는 꿀도 못 먹으면서

이놈이
내가 당뇨인 줄 어찌 알고

그리고 충격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작가 노트

▲ 전대홍 시인

가을 빛 좋은 어느 날, 움직여야 오래 산다는 건강수칙을 지키기 위해 여의도 한강변 화원을 걷고 있었다. 가을 꽃 그 화려함 속에 문득 시야에 잡히는 곤충 하나가 있었다. 이름하여 호박벌이다.
흡사 풍뎅이 같은 투박한 이 벌은, 그렇게 흔하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데, 모처럼 딱 한 마리가 보인 것이다. 자유롭게 이 꽃 저 꽃 배회하며 열심히 꿀을 따는 모습을 보고, 무한한 자유와 표현 불가 황홀한 뭔가가 스친다. 과연 저 벌은, 지금 이 화려한 꽃밭과 자연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심정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며, 지금 노구의 내 처지와 비교가 된다. 그래서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다.
늙어 퇴임 후이니, 세상에 거칠 것이 없이 자유로운 나지만, 어쩐지 지금 저 호박 벌 만은 못한 것 같다. 특히 나름 건강을 자부하며 살지만, 여기 저기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당뇨다, 고혈압이다, 허리 디스크다, 뭐다…하루도 병원이나 약이 아니면 지탱이 어려운 처지 아닌가? 특히, 그 맛있는 꿀도 맘대로 못 먹는 처지이니, 꿀을 주식으로 신나게 따 먹는 호박벌에 비해 비참하기 그지없는 처지라는 생각이다. 호박벌이 쏘아준 침 한 방에 그만 혼미 속을 헤매다 겨우 시력을 찾았다.

전대홍 시인은 『시와 수필사』 시 부문 등단하였으며 국제펜클럽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문인협회회원이며 부산시단 작품상 외 시 낭송상 등 다수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또 다른 삶을 찾아』를 상재 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