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김 병 국

▲ 사진제공: 김병국

밤새 비바람 세차게 불고
솔잎이 무수히 떨어진 게
바위의 가슴을 열기 위한
아픔의 몸부림인 것을
어느 것 하나 슬픈 상처 없이
이루어진 게 없건만
어느 시인은 말한다
소나무를 위해 바위가
스스로 몸을 부숴 가슴을 열었다고
빌딩 청소부처럼 매달려 일생을 보낸
작고 꼬부라진 소나무
지난밤 폭설에 설해목이 되어도
파산한 종갓집 종부같이 당당하게 자리를 지킨다
어찌 남같이 곧게 쭉 뻗고 싶은 마음 없었겠는가

*작가 노트

▲ 김병국 시인

절벽의 바위에 매달린 작고 꼬부라진 소나무를 보고,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의 틈을 열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런데 누가 감히 소나무를 위하여 바위가 스스로 틈을 열었다는 막말을 하는가.

김병국 시인은『에세이 문예』수필, 『문학도시』시 부문에 등단하였으며 부산문인협회, 부산불교문인협회, 청옥문학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 『겨울 그 자리』, 수필집 『용이 된 연어』를 상재 하였다.

* 부울경뉴스『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