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집 

                                               김 숙 이

머무를 때
맑은 기운이 도는

창문 밖에는
성긴 가지 그림자
풀 향기 싸아 하고

창문 닫으면
달빛이 깊숙이 맞아 주는 집
아침 무국 끓일 때
잎 새 위에서
비비새가 꽃술 쪼는

하얀 빨래 헹구면
물소리가 저절로
노래가 되는

항아리에 머루 술
적당히 익어가는 그런 집

* 작가노트

▲ 김숙이 시인

젊은 시절, 아주 작은 집에 살 때이다. 그 집은 자연친화적이어서 수령이 오래 된 나무들이 많았다. 운 좋게도 창문 밖에 살구나무와 뽕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소찬으로 아침을 들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난 뒤 창문을 열면 나뭇가지에서 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들은 조르르 날아가기도 하고 오디 열매를 쪼기도 했다. 새들은 희한하게도 열매가 달콤하지 않을 때엔 다른 데로 날아가 버렸다. 비록 소박한 집에서 살았지만 무국을 끓이면서 새들이 날아가는 방향과 살구가 익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대해 감사한다.

김숙이 시인은 대구출생으로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2004), <천상병문학제>에서 시사문단 문학상 대상 수상(2005), 논문집 『백석 시 연구』(2011)를 펴냈다.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일일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